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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영자독서모임으로의 초대6-시스템을 통한 미래경영
발간일 첨부파일
저자 : 지만원(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마을의 동쪽과 서쪽에 신발가게가 하나씩 있었다. 하루에 평균 열 켤레씩 팔렸다. 분산돼 있던 신발가게를 어느 한 곳에 나란히 모았더니 하루에 백 켤레씩 팔렸다. 흩어져 있던 것을 한 군데 모았을 뿐인데 열 배의 효과가 난 것이다. 이 이해할 수 없는 힘을 경영학에서는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라고 부른다. "시너지"란 "시스템 에너지"의 준말이다. 두 개의 가게가 모여 "시장"이라는 시스템이 생겼고, 이 시장이 시스템 에너지를 창조해낸 것이다. 시스템 효과는 "더하기" 효과가 아니라 "곱하기" 효과다. 얼마나 많은 효과를 내느냐는 시스템의 질에 달려있다.
시스템은 "두 개 이상의 객체가 연합하여 객체 상호간의 논리적 연관성을 가지고 특정 목적을 수행하는 유기적 집합체(ENTITY)"로 정의된다. 가장 전형적인 예는 인체다. 인체는 수많은 내장과 조직들로 구성돼있다. 이들 상호간에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논리적 연관성이 존재한다. 그 논리적 연관성에 의해 누가 일일이 통제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건강이라는 목적을 수행한다. 이를 근본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의학이다. 의학은 그래서 시스템 학문이다. 단지 학문의 대상이 인체일 뿐이다. 회사, 사회, 국가는 모두 경영의 대상이다. 경영이란 무엇인가. "수많은 타인의 능력을 이용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기술"이다. 수많은 타인들이 모인 집합체로 하여금 어떠한 에너지를 발산케 하느냐는 전적으로 시스템에 달려있다. 따라서 경영학도 시스템 학문이다. 그 대상이 기업이요, 사회요, 국가인 것이다.
시스템 있는 국가는 선진국이고, 시스템 없는 국가는 후진국이다. 기업의 경쟁력과 사회의 가치창조 능력은 시스템의 산물이다. 은행 객장을 보자. 과거 수십년간 은행 객장에는 질서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어느날 갑자기 "대기번호표" 시스템이 등장했다. 대기번호표 시스템이란 "대기번호 발매기", "번호표시판", 은행원, 고객이라는 여러 객체들로 구성되어 이들간의 논리적 연관성에 의해 "은행 객장 질서"라는 특정 목적을 수행하는 집합체인 것이다. 이 간단한 시스템 하나 있으면 될 것을 가지고 우리는 과거 수십 년간 애꿎은 "국민 의식"만 탓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과거의 무질서는 "의식" 탓이 아니라 "시스템" 탓이었다. 한국병을 고치기 위해 의식개혁 운동이 확산됐다. 그러나 모든 한국병은 의식 탓이 아니라 100% 다 시스템 탓이다.
의식은 시스템의 산물이다. 의식이 훌륭한 사회에서 자식을 기르면 자식의 의식도 훌륭해진다. 의식을 훌륭하게 가꾸고 싶으면 의식이 그렇게 가꿔지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시스템이라는 근본을 다스리려 하지 않고 의식만 탓한 것이다. 의식개혁의 본질은 모든 사람들이 성인군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성인군자로만 구성된 사회는 없다. 이 세상에 의식개혁을 통해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다. 모든 선진국은 시스템을 훌륭하게 가꿨기 때문에 선진국이 됐다. 시스템은 성악설에 기초해서 설계돼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다 악할 것이다"라는 가정 하에 설계되는 것이다. 그러나 리더십은 성선설을 전제로 인격적인 방법에 의해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시스템은 성선설을 전제로 엉성하게 짜놓고, 리더십은 비인격적인 방법으로 발휘하지 않는가. "엄벌에 처할 것이다"라는 말이 없어져야 비로소 우리 사회는 시스템 사회로 발돋음할 수 있다.
경영학에는 두 가지 산맥이 있다. 하나는 인간의 행태를 연구하는 산맥이고 다른 하나는 수학과 논리를 활용하여 효과의 극대화나 비용의 극소화를 꾀하려는 산맥이다. 이 두가지 접근 방법에 의해 나온 결론들은 시스템이라는 하나의 보이지 않는 자산으로 체계화되고 구체화돼야 한다. 재고통제(INVENTORY CONTROL)문제를 보자. 5만개의 품목을 취급하는 공장이 있다 하자. 이들을 질서있게 정리하는 데에도 시스템이 필요하다. 재고번호가 계열성 있게 부여되고 재고번호에 따라 선반 위치가 지정되고, 품목이 입출될 때마다 장부와 기록카드에 기록되고, 이 기록된 내용은 카피물을 통해 회계과와 생산부장에게 송달돼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는 걸음마 절차에 불과하다. 어떻게 하면 각 품목마다 적정선의 재고를 보관할 수 있는가가 문제다. 재고가 부족하면 생산이 중간에서 멈추게 되고, 너무 많으면 자금이 사장된다. 품목 마다 얼마의 재고량을 보관해야 적정선일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각 품목마다 몇 개 남았을 때 주문서를 발송해야 하며(WHEN TO ORDER), 주문 할 때에는 몇 개를 주문해야 하는가(HOW MUCH TO ORDER)라는 두 개의 수학적 변수를 풀어내야 한다. 재고가 줄어드는 행태도 불규칙하다. 어떤 때는 하루에 백 개씩 줄어들고, 어떤 때는 하루에 열 개씩 줄어든다. 주문 시점으로부터 품목이 도착하는 시간까지 걸리는 시간도 불규칙하다. 어떤 때는 50일 만에도 도착되고 또 어떤 때는 100일 만에도 도착된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어떻게 딱부러지게 수학적 변수들을 찾아낸다는 말인가. 바로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 확률이론, 통계학, 최적화 수학들이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동원된다. 그 수학적 결과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통합된다. 바로 재고 통제를 시스템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 컴퓨터가 기업의 구매관에게 매일매일 주문서를 작성해준다. 주문처에 발송된 문서내용과 봉투의 주소까지 자동적으로 기록해 준다. 이와 같이 수학 자체는 의미가 없다. 현실적 가치를 만들어내야 의미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학 모델을 전산 소프트웨어로 전환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교통 신호등에도 수학을 사용한다. 네거리에 몰려드는 차량의 숫자를 감지해서 신호등의 길이를 결정해준다. 이와 같이 사회를 경영하는 데에는 수많은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 시스템들에는 상식과 지혜와 수학들이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체계화돼 있어야 한다. 시스템이란 이렇게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가치창조 도구"다. 아무리 리더십이 훌륭하고 지혜가 샘솟는다 해도 시스템이 없으면 사회를 뜻대로 경영하지 못한다. 지식과 지혜가 아무리 많고 휼륭해도 현실적 가치를 창조해 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아무리 많은 경험이 있어도 나열된 경험은 의미가 없다. 그 경험으로부터 지혜와 교훈을 이끌어내고 그들을 체계화시켜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우리는 어느 한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사람을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경험들을 가지고 가치를 창조하지 못하는 사람은 "원주민"에 불과하다.
시스템 없이 모든 근로자들이 제각기 행동하면 원가도 절감하지 못하고 품질도 창조하지 못한다. 시스템이 없으면 새로운 제품을 남보다 먼저 개발하여 시장에 내놓을 수도 없다. 국제경쟁력은 곧 시스템 경쟁력인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사회는 시스템 황무지다. 한국 경제가 국제경쟁력을 잃은 것은 바로 시스템 부재 때문이다.

의식 개혁의 한계
모든 국민이 각자가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국가가 어찌 잘되지 않겠으며, 사원들 각자가 최선을 다하면 어찌 회사가 잘되지 않겠는가. 이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이는 틀린 말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면 얼마나 좋아질 것인가. 잘해야 5-15%일 것이다. 오히려 열심히 일할수록 이윤이 낮아지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백 프로, 천 프로의 효율성을 달성해야만 할 입장에 처해 있다. 선진국 국민이 100달러에 사 쓰는 가전 제품을 우리는 500달러에 사 썼다. 바가지 가격을 받으면서도 업체들은 세금도 포탈했고, 환경 비용도 부담하지 않아 결국 소비자인 국민들만 세금을 더 내고, 그들이 무단 방출한 공해에 시달려왔다. 이렇게 하고도 기업은 천원어치 팔면 겨우 2-3원 남았다고 엄살이다. 근본이 없는 이 열악한 경영 시스템 속에서 근로자가 열심히 일한다고 이윤이 높아질까.
"열심히" 일한다고 국제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일하는 방법을 바꿔야만 한다.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가 리엔지니어링의 주제다. 리엔지니어링은 경영 과학의 영원한 주제다. 이는 의식이나 신바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접근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1946년도부터 일본인들은 미국인 학자들을 줄줄이 모셔다가 품질 혁명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과학적 접근 방법을 공부했다.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이 통계학적 품질 관리 기법을 스스로 익혔다. 공정 자체를 개선함으로써 완전무결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도 가졌다. 그것은 작업장에서의 분임 토의에 의해 가능할 수 있었다. 그들은 기업에 주인도 따로 없고 머슴도 따로 없어야만 한다는 원리를 터득했다. 그래서 최고 경영자의 봉급은 신입 사원 봉급의 6-8배에 불과하다. 보너스 봉투도 없다.
그 후 5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아직도 한밤중이다. 과학적인 접근 방법에 골몰해야 할 경영진들이 그들의 역할은 방치한 채 근로자들에게 생산성이 낮다고 불평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사무실에서 결재나 기다리고 있으면서 근로자들이 신바람나게 일해주기를 바랬다. 이것이 한때 한국 사회를 풍미했던 신바람 운동이었다. 이는 게으른 경영진들의 불로소득 정신에 불과했다. 기업 성과의 80%는 경영진이 좌우한다. 근로자들은 잘해야 부분을 바꿀 수 있지만 경영진은 시스템과 문화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 중의 하나는 기업 문화다. 최고 경영자가 품질 개선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면 모든 사원들은 결재를 기다리지 않고도 스스로 사장의 입장에 서서 창의적이고도 자주적으로 품질 개선 노력을 하게 된다.
문민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의식 개혁 운동을 전개했다. 한국병의 병균이 잘못된 의식 때문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한 운동이었다. 국가가 망가지면 그것은 바로 잘못된 국민 의식 때문이라는 것이 의식 개혁 운동의 이면적 요지였다. 정부가 나서자 기업도 따라나섰다. 모든 행정 부처와 기업들이 의식 개혁 강사들을 줄줄이 모셔갔다. 근로자들이 의식 개혁 강의를 듣는 동안 경영진은 다른 일로 바빴다. 경영진은 의식 개혁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의식 개혁 운동을 통해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다. 선진국들이 선진 사회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시스템 개선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의식은 시스템의 산물이다. 만일 의식을 가꾸고 싶으면 의식이 그렇게 가꿔지도록 시스템을 가꿔야 한다. 나란히 놓여 있는 세 대의 공중 전화기가 모두 사용 중이라고 하자. 전화를 걸고 싶은 사람들은 세 대의 전화기 앞에 세 줄을 선다. 그중에서 하나를 골라 줄을 섰더니 자기보다 더 늦게 온 사람보다 더 오래 기다렸다. 그때 무엇을 느낄까. "일찍 와야 소용없다. 줄을 잘 서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요행 의식"이 길러지고 있는 것이다.
주택 청약도 마찬가지다. 5년 무주택자와 30년 무주택자 간에는 차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을 같이 취급해서 은행알을 돌린다. 이 역시 요행에 의해 차례를 배당하는 시스템이다. 실력 없는 사람이 줄을 잘 서니까 출세를 했고, 땅 한번 잘 샀더니 부자가 됐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에서는 "요행"이 기회를 제공한다. 요행 의식이 사회에 확산되면 근로 의식과 저축 의식이 파괴된다. 줄 한번 잘 서면 출세하고, 땅 투기 잘하면 부자가 되는데 누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고, 공부하고 싶겠는가.
싱가포르 창이 공항을 내리면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갈지자로 줄을 선다. 좁은 공간에 사람을 가장 많이 세우는 방법이다. 누가 안내하는 것도 아닌데 외국 손님들이 자연적으로 그렇게 선다. 바닥에 노란 줄이 전기요의 전깃줄처럼 갈지자로 그어져 있기 때문이다. 택시가 일렬로 들어오더니 일곱 개의 승차대로 나란히 갈라선다. 한꺼번에 일곱 개의 택시가 손님을 태우고 있는 것이다. 손님이 많으면 택시도 많이 오고 손님이 적으면 택시도 뜸하다. 공항 방송 시스템이 가동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포 공항은 지금 이 순간에도 손님도 일렬, 택시도 일렬이다. 맨 앞 차량이 손님을 싣고 떠나야 그 다음 차가 그 자리를 인계받는다. 손님도 택시도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 20번 째 서 있는 택시는 20분 이상을 기다린다. 그들에게 시간은 돈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 그들은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울 수밖에 없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보니 짜증도 난다. 그래서 불친절해지는 것이다. 누구든 택시 기사의 입장에 서보라. 이것을 어찌 의식 탓으로 돌리겠는가. 이 문제를 의식 탓으로 돌렸기 때문에 김포 공항은 이제까지 대책 없이 방치됐다. 문제를 의식 탓으로 돌리는 한 거기에는 대책이 없다. 의식이 개선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를 시스템 탓으로 돌릴 때에만 구체적인 개선책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성의 파괴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십 년을 살아보라. 눈치보는 습관이 몸에 밸 것이다. 국민에게 눈치의식을 길러준 것은 바로 이렇게 눈치를 보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 시스템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아직도 이러한 사회 경영 시스템을 선진화시키기 위해 단 한 푼의 돈도 들이지 않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정치인, 공무원, 군인들이 시스템 선진화의 주체들이다. 그러나 우리의 그들은 오히려 허술한 시스템을 악용해 개인적 이익을 극대화하려고만 해왔다.

맥가이버 사원 시대
세계적인 선진기업 간부들에게 "기업의 최고 자산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학습능력이 뛰어난 맥가이버 사원"과 "핵심역량을 가진 팀조직"을 든다. 그러나 후진 기업의 간부들에게 물어보면 "부동산, 공장설비, 제품"들을 열거한다. 바로 이 하나의 표현이 세계경영에 엄청난 파라다임 변화를 암시하는 척도가 되었다.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시장의 변화는 제품의 변화를, 제품의 변화는 설비의 변화를, 설비의 변화는 사원의 변화를 수반한다. 따라서 어제의 제품이 내일을 기약할 수 없고, 어제의 성공사례가 내일에 적용될 수 없다. 창의력만이 가장 확실한 자산인 것이다. 창의력은 학습능력에서 자라고, 학습능력은 학습 시스템에서 자란다. 따라서 사원들의 창의력은 절대로 자생되지 않는다. 창의력을 계발시키려면 사원들의 직장생활 자체가 배움과 학습의 과정으로 시스템화돼야 한다. 교육과 강의는 이들에게 시야를 넓혀주고 학습에 대한 동기를 자극하는 수단일 뿐, 창의력을 계발시켜주지는 않는다.
다이이찌 전자의 사원들은 맥가이버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이이찌 전자는 에어컨을 생산했다. 일본 가정은 매우 협소해서, 에어컨이 사용되지 않을 때에는 에어컨이 차지하는 공간때문에 불편을 겪었다. 한 사람의 사원이 가정을 돌며 에어컨을 철수해다 청소를 해서 회사 창고에 보관했다가 이듬해 다시 가져다 설치한다. 전기-전자 제품은 잘만 만들면 몇 년간씩 공장이 나지 않는다. 다이이찌는 1년간의 무상 A/S기간을 3년으로 늘렸다. 이로 인해 회사 측에서 부담하는 비용은 별 차이가 없었지만 고객은 매우 감동했다.
한 사람의 사원이 이끌고 다니는 밴트럭은 이동하는 작은 정비공장이다. 가정을 방문할 때마다 사원은 그 가정에서 사용하는 다른 회사 제품들까지 수리해준다. 수리만 해줄뿐 아니라 각 제품에 대한 고객의 의견을 이끌어 낸다. 각 제품에 대해 무관심했던 고객을 상대로 제품의 성능과 디자인 하나하나에 대해 토의를 유도한다. 고객의 잠재적 창의력으로 "고객이 가장 좋아하는 제품의 스펙"을 이끌어 낸다. 그는 이 결과를 설계 부서에 넘겨준다. 각 사원들로부터 받은 보고서를 종합하고 잦은 토의를 연속하면서 각 제품에 대한 다양한 설계가 창출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제품들은 산뜻한 카타로그에 담겨 각 가정에 전파된다. 각 가정은 가전 제품을 바꿀 때 다른 회사 제품을 사지 않고 다이이찌 제품을 산다. 다이이찌 사원은 서비스- 정비- 조사 능력을 골고루 갖춘 맥가이버 사원인 것이다. 기술을 몇 개나 더 가지고 있느냐, 얼마나 많은 분야의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느냐, 몇 개의 외국어를 능통하게 하느냐에 따라 사원들의 봉급이 좌우된다. 이를 SKILL-BASED PAYMENT라고 부른다. 선진국에서는 20년 전부터 익혀온 기술을 가지고는 이제 더 이상 생활을 보장받을 수 없다. 마치 3개월 이상 변하지 않는 상품이 경쟁력 없는 상품이듯이 이제 근로자도 변화하는 상품이 되어야 한다. 어떤 능력을 가진 근로자이어야 잘 팔리겠는가에 대한 끝없는 판단으로 자기 발전을 꾀해야만 본인과 기업에 도움이 되는 세상이다. 이제 사원들은 상품화돼야 한다. 자기의 능력에 따라 상품가치를 인정받아야 하고, 자기 능력의 가격을 높히기 위해서는 경영진과 사원들의 노력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경영진은 사원들에게 두 가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배울 수 있도록 본인들의 요구에 따라 순환보직을 시켜주어야 한다. 일하는 것이 곧 배우고 학습하는 것이 되도록 기업문화와 시스템을 바꿔줘야 한다.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느냐에 따라 보수가 차등화 되야 한다. 20명이 하고 있는 일을 4-5명의 팀이 할 수 있도록 조직을 팀조직으로 바꿔야 한다. 사원들은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하나. 스스로 맥가이버 능력을 키워야 한다. 문제를 발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러한 능력은 저절로 크지 않는다. 이제 한가지 기술, 한 가지 기능을 가지고 오랫동안 일자리를 보장받으려는 노조활동은 사회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사원들의 학습능력을 키우려면 사장이 가장 열열한 학습자라야 한다. 학습의 원천은 기업내의 실패사례, 문제발굴, 벤치마킹들이며 이는 직장생활의 연구화와 토의화를 요한다.
도요타 자동차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생산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4만명으로부터 매년 3백만 개의 문제가 발굴된다. 3백만 개의 해결책도 창출된다. 그 중 96%가 채택된다. 사원들의 문제 발굴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21C 경영관리의 패러다임
훌륭한 리더란 수많은 타인의 능력을 계발하고 활용하여 불가능해 보이는 과업을 끝까지 완수하는 사람이다. 타인이란 부하, 동료, 상사 그리고 조직 밖에 있는 사람들 모두를 의미한다. 수많은 타인의 힘을 가장 효과적이고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기획 능력을 가져야 한다. 내일 수많은 타인들의 힘이 목표 지향적으로 결집되기 위해서, 리더는 오늘 수많은 타인들의 행동을 기획하고, 시스템을 짜주고, 동기를 유발하고, 선생님처럼 가르쳐주고, 분석과 토의를 통해 쉽고 안전한 방법을 찾아내 교육하고 훈련시켜야 한다. 가장 훌륭한 리더는 직위가 없이도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다. 소위 무관의 리더(UNCROWNED LEADER)이다. 따라서 말단 사원도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 남이 풀 수 없는 문제를 풀고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스스로 맡아 하며 전문성과 지혜를 가지고 동료와 상사에게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발휘하면 그가 바로 리더인 것이다. 반면에 비록 지위가 높더라도 학습능력이 없이 과거의 업적과 영광과 방법에만 집착하는 사람은 리더십을 상실한 사람이다. 과거의 리더십 상징은 "나를 따르라" 였다. 그러나 지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