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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999 IPS FORUM : 구조조정, 그 이후에 대한 모색
발간일 첨부파일
산업정책연구원에서는 지난 2월2일 UM-MBA 졸업식 참석차 방한한 헬싱키경제경영대학 부총장 리스토 타니오 교수와 전총장 야스켈라이넨 교수를 모시고 1999 IPS FORUM을 한국경제신문사에서 개최하였습니다. IMD(국제경영연구원, 1999) 조사에 의하면 핀란드는 국가경쟁력 부문에서 세계3위, 인적자원경졍래겨부문에서 세계1위를 마크하고 있습니다. 한때 IMF구제금융을 받았던 핀란드의 국난극복사례는 오늘날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습니다. 98 KEMBA 재학생인 이정훈(동시통역사)씨의 순차통역으로 진행된 본 행사에 많은 동문들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이하는 한국경제신문(1999.2.4일자)에 게재된 세미나 내용을 일부 발췌한 것입니다.

1. 90년대의 핀란드 금융위기 (야스켈라이넨/전 헬싱키경제경영대학 총장) 핀란드는 정부주도의 과감한 구조조정 추진으로 핀란드 금융위기는 극복할 수 있었다. 지난 80년대 핀란드 경제가 호황을 보이면서 기업과 은행은 해외차입을 늘려 위기조짐이 내연하고 있었으나 경기 팽창에만 주력했다. 90년대 초반 경기가 하락하면서 핀란드는 경제 붕괴와 외환위기 등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가 조치를 취하는데는 2년이상이 지난뒤였다. 이는 60년대 대공황 등 경제위기를 겪었던 세대들이 사망해 위기극복 경험이 부족한데다 80년대 부동산및 주식투자 등 바람직스럽지 못한 투자 행태를 보였던 은행 임직원들이 대거 정치권에 나서 과거 정책을 고집한 때문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기업과 은행의 해외차입은 많았으나 정부의 재정은 건전했다는 점이다. 또 경제위기가 나타난 이후 정부가 조치를 취하는데 미국은 6년, 일본은 10년이상이 걸린데 비해 핀란드는 비교적 빨리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이점에 있어서 한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몇개월만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것을 평가할만하다. 핀란드 정부와 중앙은행은 보증기금을 만들어 금융구조조정을 주도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해 예금보호에 나섰다. 또 자산을 "굿뱅크"와 "배드뱅크"로 분리해 건전은행을 지향했다.
20여개가 넘는 은행을 2개로 합병했다. 심지어 이들 2개 은행도 지난해 스웨덴계 은행과 합작할 정도로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현재 핀란드에는 협동조합과 같은 상호금융이나 지방은행을 제외하고는 순수 핀란드계 은행이 없다. 이같은 구조조정으로 금융시스템은 다시 정상을 회복했다. 물론 실업 해결의 과제를 남겨 놓기는 했지만 과감한 구조개혁이후 은행들은 소매금융에 주력해 위기를 벗어났다.

2. 외국인투자와 핀란드 구조조정 (리스토 타니오/헬싱키경제경영대학 부총장)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한 핀란드 기업들이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핵심사업에 집중해 구조조정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러한 외국인의 경영권 지배는 구조조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80년대 핀란드 기업들은 성장위주의 정책을 펴나가며 과도한 자신감을 불러와 국제경제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한 결과, 결국 경쟁력 상실이라는 덫에 걸리고 말았다. 90년대에는 기업규모를 줄이고 경쟁력 있는 부문에 집중했으며 지배구조도 집중화했다.
외자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노키아의 경우 94년1월 46.5%였던 외국인 지분이 97년에는 72.1%까지 올라갔다. 최근에는 80%대에 육박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생산의 효율성과 수익성에 집중해줄 것을 요구했으며 제도개혁도 요청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투자지분을 철수하거나 각종 요구를 내세우는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압박했으며 "연관투자(relational investing)"를 담당했다. 이같은 외국인의 경영지배로 핀란드 기업들은 핵심사업에 집중하고 경영인센티브제도를 도입했고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했다. 노키아의 경우 96년 TV사업부문을 홍콩에 매각했고 정보통신과 이동통신에 사업집중을 통해 세계적인 통신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사회적으로도 외자유치는 공장폐쇄 분사 제도개혁 등의 고통을 감내토록 하는 경험을 안겨 줬다. 결론적으로 외국인투자는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보다는 투자유치나 투명경영 등 기업경영시스템 전반의 구조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3. 패널토론 "새 틀을 짜는 것보다 새로운 틀에서 어떻게 살아 남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면에서 실질적인 금융구조조정은 이제부터다"
"소매금융에 강한 은행이 강자로 떠오를 것이다"
김정태 주택은행장과 신평재 교보증권 감사는 "구조조정, 그 이후에 대한 모색" 세미나의 패널리스트로 참석해 이런 의견을 내놨다. 조동성 서울대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의는 김 행장과 신 감사가 의견을 개진하면 야스켈라이넨 전 헬싱키경제경영대학 총장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정태 주택은행장 = 핀란드의 경우 91~93년 금융위기때 공적자금이 GDP(국내총생산)의 10% 정도를 투입했다. 우리의 경우 공적자금 투입규모가 70조원선에 이른다고 볼때 20% 수준이다. 또 핀란드는 위기를 극복하는데 6년이 걸렸다.
그러나 우리는 올해부터 위기를 극복하고 새 출발한다는 분위기다. 이처럼 양국이 위기를 맞는 자세과 대처방식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위기극복에 걸리는 시간 등에서 핀란드의 사례가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참고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규정에 의한 기본적인 은행구조조정작업은 끝났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시장경쟁에 의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다. 제일은행에 이어 서울은행이 매각되면 국내에도 리테일뱅킹을 둘러싼 본격적인 경쟁이 촉발될 것이다. 이들 은행을 인수한 선진자본들은 국내에서 선진금융기법으로 무장한 가운데 도매금융은 물론 소매금융시장에도 속속 침투할 것이다. 국내 은행은 이 경쟁에서 지면 영원히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에따라 주택은행은 국제적 수준(Worl
-Class)의 리테일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착실한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주택은행의 ROA(총자산수익률)는 0.8%, ROE(자기자본이익률)는 17~20%, BIS 비율은 10% 수준이다. 내년도에는 이들 지표부터 국제수준에 도달하도록 하겠다. ROA는 1.2~1.5%, ROE는 20%이상, BIS는 11%이상이 되도록 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23분야에 걸쳐 내부개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말까지는 모든 시스템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이다. 시스템이 갖춰져도 직원들이 따라주지 못하면 제 성과를 내기 어렵다. 또한 전략적으로 제휴를 통해 외국인 지분율을 70%이상으로 높이려 한다. 경영권보다는 경영의 투명성이 훨씬 중요한 문제이다.

신평재 교보증권 감사 = 야스켈라이넨 전 총장으로부터 핀란드 금융산업이 어려움을 겪다가 점차 정상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들었다. 핀란드와 한국에서 위기가 발행한 과정은 큰 차이가 없다. 핀란드와 마찬가지로 우리 은행들도 제대로 된 이익창출구조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수년간 적자가 누적됐고 결국 97년에는 파산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이를 통해 수익성에 근거한 경영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핀란드 은행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통폐합을 거듭한 뒤 리테일뱅킹에 주력하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도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국제적으로 신용이 있는 기업들이 국내 금융시장보다 해외시장에서 자금을 차입하면서 핀란드 은행들은 리테일뱅킹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세계적인 투자은행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면 도매금융으로는 이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핀란드와 마찬가지로 우리 은행들도 소매금융부문에 더욱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야스켈라이넨 전 총장 = 금융위기에 대응해가는 속도에서는 한국이 핀란드보다 훨씬 빠르다. 그렇다고해도 지금 한국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됐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위기를 극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정책적 대응이나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핀란드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은행및 기업들의 지분이 상당부분 외국 투자자에게 넘어갔지만 이것이 큰 문제는 아니다. 기업과 금융산업을 선진화하는게 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외국자본이 상당수 금융기관과 기업을 지배하고 있지만 오히려 핀란드 경제의 체력은 더 강해지고 있다. 외국자본 유입에 대해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