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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테마보고서]한국 병원업계의 도산추세와 비효율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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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에 들어 병원업계는 대형병원의 신려憁? 낮은 의료수가, 의료인력의 확보 및 의료시장 개방 등으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악화된 경영환경으로 인해 도산하는 병원의 수는 94년 37개, 95년 22개, 96년 56개, 97년 76개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IMF 이후 각종 수입약품과 기자재 리스료에 대한 환차손과 고금리 및 의료기관에 대한 대출 증단 및 국민들의 긴축생활로 인한 고가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감소로 인해 병원업계의 도산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들어 대형 종합병원들이 하나 둘씩 파산상태에 접어들면서 90년대 중반까지 중소형병원에 국한되었던 도산추세는 대형병원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지난 8월 한달동안에도 청량리 소재 S병원이 의원으로 전환했고 성동구와 은평구에 소재한 두 개의 종합병원이 매물로 나와 있다는 소식이 병원계의 공공연한 비밀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부도를 낸 단국대의 경우에도 천안에 병원건립 이후에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었음을 고려할 때 병원도산은 의료계 뿐 아니라 대학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병원도산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이에 기초하여 병원에 대한 합리적인 지원방안을제시하는 것은 병원산업의 건전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수행하고 있는 병원도산에 관한 연구 결과에 기초하여 도산과 관련있는 병원의 제 특성과 정부 지원방향에 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실증분석에서 병원의 경영성과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도산여부를 경영노력 및 건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DEA(Data Envelopment Analysis)기법에 의해 계산된 효율성지표를 사용했다.
분석에 사용된 자료는 96년 이후 도산한 9개 병원과 도산치 않은 39개병원을 대상으로 한국보건의료관리연구원에서 수집한 1995년 경영통계자료에 기초하여 효율성을 계측하고 도산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분석대상 48개병원의 효율성 평균치는 76.92%이고 16.88%의 표준편차를 보이고 있다. 타 연구와 비교해 볼 때 병원간 효율성의 변화폭이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순자산순이익률 평균은 5.35%로 병원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표준편차(12.53%)의 상대적인 크기에서 알 수 있다. 자산대비 차입금 규모를 나타내는 차입금의존도는 32%에 불과하여 일반 기업에 비해서 병원의 차입금 규모가 크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고정자산이 자본합계와 고정부채의 몇 %인가를 나타내는 고정장기적합률은 평균 95%로 수용가능하지만 양호한 수준은 되지 못함을 보이고 있다.
도산한 병원 중에도 효율성 100%을 보인 병원이 두 곳이나 있었으나 나머지 병원 7곳은 모두 70% 이하의 효율치를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비도산 병원 39 곳 중에서 10곳은 효율치 100을 보였으나 나머지 병원의 대다수가 효율치 80미만의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이는 본 연구에 사용된 대다수(43개)의 병원들이 병상수 160병상 미만의 병원으로 효율적인 운영을 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의료계의 추측과 일관된 것이다. 도산여부와 비용효율치간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과 달리 비용효율성은 어느 재무비율과도 유의한 수준에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도산여부와는 의료수익경상이익률, 병원규모 등이 10% 유의수준에서 음의 상관관계를 의료수익, 총자산과는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경상이익률이 높거나, 종합병원이거나, 총자산이 적을 때 도산확률이 낮은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생존병원군이 도산 병원군에 비해서 다소 높은 효율치를 보이지만 그 평균의 차이는 T 검정결과 유의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비도산병원의 효율치 분포에서 볼 수 있듯이 매우 효율적인 병원 25%가량과 효율적이지 못하지만 아직 도산치 않은 병원들의 양극화 때문에 도산군과 건전군 간의 효율치 차이는 유의치 못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예상과 달리 160병상 미만의 종합병원보다 원급에서 평균적으로 높은 효율치를 보였으나 그 차이는 유의치 못했다. 소재지별 효율치는 읍면, 중소도시, 대도시 순으로 높아졌는데 그 차이는 15% 수준에서 유의했다. 이러한 소재지별 효율치의 차이는 도시로 갈수록 경쟁이 강해짐에 따라 병원들이 자구노력를 기울인 점에 기인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상에서 도산한 병원이 반드시 비효율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과 생존병원들 중에도 상당수가 비효율적인 병원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장논리에 기초하여 병원지원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도산과 효율성의 관계 분석은 필수적이다. 만약 도산하는 병원 대다수가 비효율적이라면 병원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도산하는 병원들을 정부가 지원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는 도산한 병원 중에서도 효율적인 병원들이 있고 생존병원 중에도 비효율적인 병원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 병원의 도산방지를 위한 선별적인 지원과 함께 비효율적인 병원들에게 리엔지니어링이나 모범병원 벤치마킹을 통한 효율성 제고의 인센티브를 정부가 제공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정기택 교수(병원경영연구센터, 경희대) ktjung@nms.kyunghee.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