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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Breaking Code of Change Colloquium August 16 - 19, 1998
발간일 첨부파일
필자는 지난 8월16일부터 19일까지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개최된 "BREAKING THE CODE OF CHANGE" 세미나에 참석하였다. 이 세미나에는 KARL WEICK, ROSABETH KANTER, C.K. PRAHALAD 등 세계 유명 학자와 주요 컨설팅 회사 사장, 그리고 대기업의 대표이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21세기의 조직변화에 관한 이론을 도출해내는 연구작업을 진행하였다.
참가자들은 세미나에서 오늘날과 같은 변혁기에 기업이 생존을 유지하려면 구조조정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전제하에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비결을 찾아내는 작업을 벌였다.
하버드경영대학원 답게 모든 참가자들에게 배부된 자료에는 사례가 두 개 있었고, 모든 참가자들은 이 사례를 읽고 토론을 벌였다.
첫 사례는 CHAMPION INTERNATIONAL이라는 제지회사에 관한 것으로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직원을 줄이지 않으면서 모든 공장의 생산성을 최고 수준으로 가져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제지산업이 가지고 있는 과잉시설로 말미암아 치열한 가격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 회사는 생산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이익을 내지 못했고 그 결과 주가는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두 번째 사례는 SCOTT PAPER라는 또 다른 제지회사에 관한 것이었다. 이 회사는 최고경영자가 미래에 대하여 지나친 낙관을 한 탓으로 시설확장과 기업인수를 통해 삼림, 펄프사업으로 수직적 결합을 이루는 동시에 시장점유율이 1등인 화장지에서 경험이 부족한 인쇄용지 등으로 다각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금난에 봉착함으로써 회사의 신용도는 최하수준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하여 이사회에서는 기존의 최고경영자를 내보내고 ALBERT DUNLAP이라는 구조조정 전문가를 영입하였다. DUNLAP 회장은 삼림, 펄프사업, 인쇄용지사업 등을 매각해서 확보한 돈으로 부채를 상환하여 신용을 되찾은 후, 화장지 사업에 주력하여 경쟁력을 강화하였다. 불필요한 인력 역시 대폭 삭감하였다. 이 과정에서 수익성을 회복한 이 회사의 주가는 서서히 상승했다. 그러는 가운데 화장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구축하기를 원하는 KIMBERLY & CLARK은 주주들에게 상당한 프레미엄을 주고 회사 전체를 인수하였다.
그 결과 DUNLAP 회장 취임 전에 14억 달러에 불과하던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불과 2년 후에 단행된 기업 매각 시점에 46억 달러로 상승하였다. 주주들은 32억 달러에 해당하는 이익을 얻었고, DUNLAP역시 사전에 치밀하게 작성한 계약에 따라 8,700만 달러를 받았다.
둘째 날에는 세미나에 참석한 모든 학자, 컨설턴트, 최고경영자들이 두 회사의 경영자들 중에서 누가 더 사회의 부를 증가하는 데 공헌을 했는가 하는 주제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CHANMPION INTERNATIAONAL의 경영자는 종업원들을 하나도 해고하지 않은 채 공장의 효율성을 최고 수준으로 가져간 반면, 주가는 조금도 개선시키지 못했다. SCOTT PAPER의 DUNLAP 회장은 SCOTT PAPER의 경쟁력을 높여 주주들에게 32억 달러라는 이익을 가져온 반면, 회사는 없어지고 공장 역시 상당수가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생산, 마케팅, 인사, 재무 등의 활동을 유기적으로 조정하면서 각 기업의 핵심역량을 구축하여 경쟁력을 구축하는 방법론을 다루는 전략 분야에 몰두하던 필자는 CHAMPION INTERNATONAL이 선택한 방법이 훨씬 바람직하게 보였다.
그러나 세미나에 같이 참석했던 경영학자, 컨설턴트, 그리고 기업의 대표이사들은 내 주장과 전혀 다른 결론을 끌어내었다. 즉 CHAMPION INTERNATIONAL보다는 SCOTT PAPER의 경영자가 주주들에게는 물론 사회에 대해서도 훨씬 큰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참석자들의 이러한 자세는 전략을 그 동안 금과옥조처럼 삼아오던 필자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주주만이 기업의 주인"이라는 미국식 경영학의 현주소를 피부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세미나에 참가하고 온 이후 필자는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벌그룹들의 사업구조조정 작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명쾌히 알게 되었다. 재벌들이 기업에 대한 경영지배권을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인식하고 이에 집착하는 한, 이들은 재벌그룹 간에 흡수, 합병을 통해 기업의 수를 줄이는 정부주도의 사업구조조정을 받아드리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선진 경제를 향한 궤도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재벌그룹 간의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각 개별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구조조정을 진행하려면 미국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기준을 빨리 이해하고 이에 입각하여 주주의 이익을 최고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즉 재벌들이 외형보다는 내실에서, 형식보다는 내용에서, 그리고 기업 자체 보다는 자신에게 돌아오는 개인적인 수익을 먼저 생각할 때, 이들간의 사업구조조정 작업은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다.

조동성 원장(서울대 경영학 교수) cho@ip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