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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영자독서모임으로의 초대33: 부부 살어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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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살어 말어
저자: 오한숙희(여성학자)

제가 처음에 ‘부부 살어 말어’ 라는 이 책을 내게 된 동기는 아주 가깝게 연원을 따져보면, 저희 지역에서 회원들이 여성단체 활동을 하면 남성들이 감정적으로 매우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뭣하러 그런데 나가느냐! 차라리 영어회화나 꽃꽂이를 배워!’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부인들은 꽃꽂이를 배운 것과 여성단체를 다녀온 것과 자기 삶의 정체성이 달라지거든요. 제가 이런 것을 보며 느낀 것이 ‘남자와 여자, 모두 부부생활을 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과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둘이 돌파하지 못하는 한계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부부들이 자기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어요. 이를테면 부부들이 “난 당신한테 이런 게 섭섭했어. 이런 게 불만이야.”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해요. 서로 너무 가까이에 있다 보니까, 이런 이야기의 파장이 감정적으로 썰렁해지고 가정 분위기를 해치고, 둘의 관계를 나쁘게 할까봐서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해요. 그런데 남의 부부가 우리랑 굉장히 비슷한 사례를 경험했다고 하면, 그것을 꺼내놓고 이러쿵 저러쿵 말하면서 간접화법을 시도하는 거죠. 그래서 다른 부부의 사례를 많이 알려주는 것이 ‘간접교사’로서 부부대화법에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은 연원으로 가자면, 제가 맨 처음에 낸 책의 제목 ‘수다로 풀자’에 있습니다. 제가 ‘수다’라는 말에 초점을 두게 된 이유는 회의, 대화, 세미나, 심포지움 등의 모임이 많이 있지만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공식적 행사보다 그 행사 뒤의 뒤풀이에서 많이 이루어진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럼 뒤풀이 자리에서 할 이야기들이 공식석상에서는 이야기가 덜 되는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해소되지 못한 이야기들이 뒤에서 이야기된다는 것은 의사소통에 있어서 이분법적인 구조에서 산다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분법적인 구조를 보면, 주로 남성적인 면에선 공식석상의 얘기들로서, 인정 받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평가되고 있는 화법이고, 그렇지 않은 부분들은 여성적인 것이면서 상당히 천박하고 감정적이고, 헛소문, 남의 사생활, 신변잡기 등의 부정적인 내용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수다’라는 이름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의사소통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이 둘이 갈라질 것이 아니라 이 둘 모두가 필요한 요소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다에도 이성적인 요소가 들어가야 하고, 토론이나 회의에도 정서적인 부분이 들어가야 되겠다는 것이죠. 이 둘을 조합하는 의미에서 수다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 및 고정관념에 문제제기를 하고, 수다를 옹호하기 보다는 수다 내에서 보완되어야 할 점을 이야기 함으로써, 수다라는 형식을 우리 사회 중요한 의사소통 방식으로 자리 매김 해보자고 해서, 수다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부부 살어 말어’는 ‘부부 수다방’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여기 있는 사례들은 부부끼리 모여서 수다 떨 듯 나눴던 사례들을 모으고, 상담하고, 관찰한 이야기들입니다. 저는 이것이 굉장히 효과가 있었다고 확신 합니다.

제가 10년 간 상담을 하면서 느낀 것은 여자들이 하소연을 하기 시작하는데, 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중에 남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또 다르다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을 볼 때, 다면평가가 중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원이면 문제가 없죠. 둥근 공은 어디서 보든 똑같습니다. 그것 자체가 충만이고 충족이며 완벽이죠. 그런데 이것이 구가 아닌 바에야 어디서 보냐에 따라서 사물의 실체가 다르죠. 이쪽에서 보는 사람과 저쪽에서 보는 사람이 이야기하면 이 둘은 완전히 커뮤니케이션이 안되요. 나중에는 감정적으로 격돌하고, 화를 내죠. 그리고 결국에는 누가 이기냐면 객관적으로 가방끈이 길다고 인정되는 사람의 말이 맞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이 이론적인 근거를 나열하면, 다른 사람은 그와 같은 것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는거죠.

그리고 우리 사회 커뮤니케이션에는 여러가지 장벽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성별, 둘째는 나이, 셋째는 직급입니다. 이런 것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이야기가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여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맞고, 또 남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자 입장에서도 이렇게 볼 수 있겠다고 이해가 갑니다. 이 두 사람이 각자 ‘내 이야기는 이렇다. 당신 얘기는 그렇구나’라고 양쪽 이야기를 듣고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수렴과정 자체가 커뮤니케이션이죠. 그런데 이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거예요.

결국 커뮤니케이션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듣기’예요. 그런데 이것은 본인 스스로가 겸손하지 않으면 들을 수가 없어요. 저도 초기에 상담을 할 때는, 이 사람이 상담하러 왔을 때 내가 뭔가 답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상담 중에 ‘당신의 이런 점이 잘못되었군요. 그 생각을 고치고 이렇게 했어야죠.’ 하면서 제가 가르치려고 하는 생각이 앞섰어요. 그런데 제가 상담을 더 하면서 느낀 것이, 이 사람들은 모두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모두 있으며, 자신의 문제는 자기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정말로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파트너 역할을 제가 해야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듣기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는데, 듣기는 곧 이 사람을 존중한다는 의미입니다. 상대가 내 이야기를 굉장히 진지하게 들을 때, 기쁨이 있어요. 여러분께서도 젊은 부하직원에게 이야기할 때, 딴 짓을 하며 마지못해 듣고 있는 모습보다는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들어줄 때 내가 리더로서 존중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실 거예요.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죠. 이 듣기는 상대에 대한 존중입니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 서로 오갈 때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되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명령, 지시, 하달일 뿐이죠. 제가 부모 교육에 가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아버지들이 아이들과 대화가 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특히 아버지들이 아들과 대화가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자고 하면 아이들은 이야기를 바로 시작 안 하죠. 그러면 아버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들이 이야기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것을 못 참습니다. 그것이 리더들의 특징입니다. 리더들은 항상 분위기를 이끌어 가야하고, 내가 앞서가야 하고, 다들 조용히 있을 때 자발성을 가지고 진보적으로 나아가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그런 침묵상황을 참지를 못하죠. 그런데 그렇게 되면 커뮤니케이션의 기초가 무너지게 됩니다. 저희한테 상담하는 사례를 보면 부부 문제도 많지만, 아버지와 자녀간에 대화가 되지 않아 문제 제기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저는 상담과정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는 것이 모든 인간관계를 상생 시킨다고 하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알고, 그 점을 염두해 두고, 서로 견제하면서 사는 거죠. 부부가 산다고 해서 완벽한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인간이 살면서 가장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뭔가 생각해보면, 사람징역(인징역),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사는 거예요. 현대사회에서 스트레스가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하지만, 그 스트레스의 주 원인은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이고, 그것은 소통,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은데서 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인간이 살면서 제일 큰 기쁨은 뭔가 생각해보면, 인간관계에서 나눌 수 있는 기쁨의 극치가 ‘이심전심’이죠. 말 한마디 안하고 이쪽에서 꽃 한송이를 드니까, 저 쪽에서 씨익 웃는, 이 완벽한 커뮤니케이션! 말이 관념으로 전달되다 보면 100% 전달되지는 않잖아요. 관념이 서로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조금씩의 오차가 생기는데, 말없이 의사가 소통되는 것이죠.

결국은 리더일수록 커뮤니케이션의 기술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잘 알아야 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협상, 설득의 기술이기도 한데, 21C의 화두가 커뮤니케이션, 설득이거든요. 이 사람을 어떻게 설득하고 이를 통해 인간관계를 얼마나 부드럽게 하고, 내가 스트레스를 안받겠느냐는 것입니다.

저의 ‘말하고 싶으면 뚫어라’는 글을 보셨죠. 거기 나온 분이 했던 이야기를 듣고 제가 이것이 단순히 부부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어요. 이 분이 회사 사장인데 집에서 부인과 의사소통이 잘 안됐던 거예요. 그 부인이 7-8년 동안 노력해서 이 남편도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서로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나서, 직장에서도 인기 있는 상사가 된 것입니다. 인기뿐만 아니라 직원들 사이에서도 분위기가 활발해 지면서, 조직 생산력도 높아 지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부관계가 잘 풀리면 인생살이, 사회적 관계도 잘 풀린다는 것은 느꼈다는 거죠. 반면에 집에서 부부간, 가족간의 대화가 잘 안 풀리는 사람은 밖에서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오늘 우리 사회 리더라고 하는 분들께 저자로서 대화시간을 가지며 첫번째로 말씀 드리고 싶었던 것은, 우리 사회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 자녀를 포함해 부부문제, 그리고 가족이 아주 중요한 현장이며 이 안에서 얼마나 훈련이 되고 얼마나 잘 되느냐에 따라서 사회조직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그 조직이 모여 우리 사회 전반을 구성한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제가 두번째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제목이에요. 제목을 뭘로 정할까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부부라고 할 때 떠오르는 것이 무엇입니까를 출판사에서 여론조사를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부부를 이야기하는 것에 있어, 첫번째가 ‘살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가 된 거에요. 그래서 이것을 재미있게 ‘부부 살어 말어?’하면서 물음표를 던진거에요. 이 제목 자체 때문에, ‘이 사람 말 사람인가?’ 그리고 이 책을 집에 사가지고 왔을 때 ‘말 생각이 있어서 이를 사온 거야?’라고 생각을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제목에 부정적인 것이 있을 때 사람들에게 미치는 여파가 있기 때문에 고심을 했는데, 정말로 살아야 될까, 말아야 될까인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기 때문에 이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저는 표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형식을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이라는 것이 살아있다고 하면 상황에 따라 반응하고 판단하고 갈등하는 존재라는 것이죠. 저는 물음표를 던져본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이므로 물음표를 던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면, 이는 억압이 되고 죽게 되어있다. 뭐든 관계에 있어 ‘?’를 던져보자. 싸움이라는 것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참고 죽어있는 것 보다는 나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어떤 문제가 있어 표현을 하게 되었을 때, 이관계는 반드시 ‘?’가 되요. 이런 식으로 ‘?’를 풀어가는 과정도 그렇지만 이것이 극단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에서 무엇이 이루어져야 될 것인가, 제가 나름대로 관찰한 바에 따르면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나라 남자들은 진짜 표현 기술이 없어요. 남자들이 표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남자들이 많이 고쳐야 해요. 특히 리더들의 경우에는 이런 표현이 있어야 해요. 제가 표현의 방법을 몇 가지를 말씀드릴께요.

1.사소한 것을 표현해라.
사소하다고 무시하지 말고, 오히려 큰 것보다 사소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 쉽습니다.

2.긍정적인 것을 표현해라.
누구나 부정적인 것은 표현하기 어려워요. 내가 누구와 싸워야하면 마음이 무겁죠. 그런데 좋은 일을 해야 하면 내일이 기다려지죠. 인간 본성 자체가 긍정적인 것을 주고 싶고, 받고 싶어해요. 리더들에 대해 나를 감시하는 수퍼바이저라고 생각하므로 리더에게 칭찬을 듣지 않아도, 비난만 받지 않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리더의 칭찬, 비난은 리더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파장으로 그 사람에게 다가갑니다. 멤버들끼리의 의사소통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 둘의 관계에 한정되지만, 리더들은 그 주변에 미치는 파장이 커요. 그래서 리더의 표현은 특히 더 중요한데, 긍정적인 것부터 표현하기 시작하시라는 거에요.

3.감정의 이중주 – 확대, 여과
감정이라는 것이 아주 확대되는 경우가 있어야 하고 여과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남자들은 감정을 여과하는 방식으로 교육을 받고, 여자들은 감정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교육을 받아요. 이것은 서양의 심리학, 사회학, 정신분석학 연구하는 사람들이 다 하는 이야기인데, 여자들은 위로적인 것, 긍정적인것, 토닥거리는 것을 주로 하고, 남자들은 신랄하게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한다는 거예요.

필요에 따라서는 연극적인 기법이 필요해요. 그래서 롤플레이 같은 것을 정신과치료에서 많이 하죠. 표현하고, 긍정적이고 감정이 증폭되는 연극적인 요소가 있을 때, 사람들과의 관계가 살아난다는 것이죠.

감정의 여과술은요. 리더가 되면, 굉장히 감정적으로 예민하고, 평소에 많이 참았기 때문에 한번 화가 나면 그것이 굉장히 많이 확대가 될 수 있어요. 분노가 막 쏟아지는데, 브레이크와 진화 장치가 말을 듣지 않는 거죠. 그 이후 마음속으로 반감이 차요. 그러면 협조가 안 나와요. 화를 내고 뒤짚었으면 무언가 달라져야 하는데, 더 안 변해요. 더 복지부동하거든요. 화를 내본 사람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수습하기가 더 힘들다는 것이죠. 그래서 화를 내야 한다고 할 때는 철저히 그 감정을 상당히 여과해야 해요. 여과장치를 많이 많이 걸러야 해요.

저는 리더이므로 공과에 대해 지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에 대해서는 확대하고, 과에 대해서는 여과의 시간을 갖으시고 지적을 하시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제가 준비한 두 가지 이야기를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 원고는 지난3월15일 제17기 경영자독서모임에서 진행되었던 오한숙희 님의 강의를 바탕으로 IPS에서 재작성한 것입니다.



이예정 연구원 yjlee@ip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