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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영자독서모임으로의 초대22: 절정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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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이란 일이 극적으로 잘 풀리거나 정신적으로 최상의 만족감과 황홀감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마라토너는 42.195km를 달리는 내내 많은 고통을 인내하며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지면서 한없이 기분좋은 느낌으로 달리게 되는데, 그 상태를 달리는 자의 절정(runner’s high)이라고 한다. 인생과 경영에 있어서 절정은 과연 무엇인가.
한국 스파이렉스 사코는 160여명의 직원으로 연간 37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국내 최대의 스팀트랩 전문회사이다. 한국 스파이렉스 사코는 영국계 회사인 스파이렉스 사코의 전세계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리는 우량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성공을 가능하게 한 것은 ‘절정경영’이다. 사랑을 하면 사람을 유쾌하고 밝게 만드는 엔도르핀이 몸 안에서 형성되는 것처럼 경영에 있어서도 엔도르핀이 형성되면 결국 성공에 이른다. 사람들은 흔히 성공한 비결을 묻거나 경영 know-how가 무엇인지 묻는다. 그러나 나의 경영사전에 know-how란 없다. 사람과 사람으로 이루어진 조직에서 그들을 관리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면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다. 단지 나 자신과 직원들을 순수한 인간적인 접근을 통해 사랑하고 함께 무엇을 할 것인가를 숙제로 삼았다. know-how가 아니라 know-what을 고민한다.
흑자경영을 이루는 경영철학은 바로 사람에서부터 출발한다. 바로 고객과 직원 만족이 최우선이다. 고객에게 최대의 만족을 주자는 목적에서 기업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서비스를 개발해서 일관되게 지탱해 오고 있다. 특히 고객에게는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최고의 만족을 주는 마케팅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는 제품만을 파는 회사가 아니다. 스파이렉스 사코에서는 처음부터 KSP라는 고객관리시스템으로 지식(Knowledge), 서비스(Service), 제품(Product)을 하나의 묶음으로 고객들에게 제공해 왔다. 한 번 고객이면 영원한 고객이라는 생각으로 고객을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생각하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절정경영, 곧 흑자경영의 최우선은 고객감동이다. 그리고 고객이 절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만족이 필수 조건이다. 직원만족 없이는 절대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 직원이 우수한 교육을 받고 나면 그 만족감으로 인해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공할 때 많은 시너지 효과가 있다. 또한 이익공유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데 그것은 매년 회사에서 일정 이익 이상을 내면 초과되는 이익의 일부를 전직원들에게 나누어주는 인센티브 시스템이다. 그러다보니 전직원이 애사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서 자율적으로 보너스를 타가는 시스템이 되었다.
한국 스파이렉스 사코는 독특한 직원 채용원칙을 가지고 있다. 기질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면 힘든 프로젝트도 즐겁게 해치우는 것처럼 동종업계에서 가치관이 맞는 사람을 물색해 두었다가 직원으로 모셔오는 것이 캐스팅 원칙이다. 그렇기 때문에 빨리 회사를 떠나는 사람도 없고 갈등을 느끼는 사람도 거의 없다. 우리 회사는 가족적인 회사, 장기 근속자와 여성 부서장이 많은 회사, 3대가 대를 이어 다니는 회사 등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기업이 성공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분명 차별화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업이라는 거대한 배를 이끄는 선장인 CEO 또한 남다른 덕목을 가져야 한다. 여린 갈대의 부드러움부터 카멜레온과 같은 다양한 변신, 그리고 강력한 카리스마에 이르기까지 리더의 진두지휘에 의해 기업의 성패가 좌우된다. 아마추어는 돈과 관계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이다. 리더들은 프로지만 아마추어리즘을 가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 21세기 지식경제에 들어와서는 리더십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카리스마를 가지고 직원들을 앞에서 당겨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가야 할 목표를 보여주는, 어떻게 보면 종과 같은 리더십, 봉사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산악자전거를 탈 때처럼 언제 바위가 나올지, 언제 내리막길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변화하는 미래를 빨리 예측하고 잘 대응하기 위해 카멜레온 같이 변화에 잘 적응하는 CEO가 필요하다.
우리 회사의 기본 전략은 고객에 대한 최대의 만족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과 고객에 대한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1978년 영업을 시작했던 초창기에는 시장점유율이 제로였다. 당시에는 국내 제품이 30%, 일본 제품이 70%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처음 4-5년 동안은 물건을 파는데 주력하기보다는 앞으로 어떤 고객을 상대할 것인가,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에 주안점을 두어서 교육을 많이 하고 제품을 팔기보다는 팩키지 솔루션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기 위해서 경험 많은 엔지니어들을 스카우트하다보니 비용이 많이 들어 걱정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는 고가격을 유지하면서 고객을 선별하는 전략을 택했다.
마이클 포터의 전략론에 의하면 ‘기업의 승패나 기업의 수익성은 전략과 운영의 효율성에서 온다’고 했다. 운영의 효율성이 경쟁회사보다 나으면 분명히 좋은 것이지만 남들이 쫓아오면 금방 비슷해진다. 결국은 전략이 남과 달라야 한다. 다른 사람과는 다른 물건을 만들고, 고객을 선택할 때도 남보다 다른 시장을 선택하는 등 자기만의 독특하고 지속 가능한 경쟁위치를 창조해야 한다. 그것이 제품일수도 있고 유통경로일수도 있다. 과거 우리나라 재벌들은 너무 욕심이 많았다. 가난한 사람부터 재벌에 이르기까지 고객을 다 가지려고 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전략이 성공하려면 핵심역량이 있어야 한다. 전략에 있어서 또 한가지 중요한 개념은 선택과 포기이다. 다 가지려고 하면 실패한다.
전략을 잘 세운 대표적인 회사로 BMW와 Southwest Airline을 들 수 있다. BMW는 고객이 요구하는대로 개인 취향에 맞추어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만드는 대신 가격도 고가이다. 돈이 없거나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과감히 포기하는 전략이다. 반대로 Southwest Airline은 서비스의 수준을 낮추는 대신 타 항공사의 55% 요금을 받는다. Southwest Airline은 고정관념을 완전히 버렸다. 항공권 가격을 낮추기 위해 수수료가 붙는 여행사 발권서비스 대신 인터넷으로만 판매하며 짐 서비스도 없다. Southwest Airline의 고객은 가격을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Southwest Airline은 이익공유시스템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임금은 동종업계 회사보다 높다. 이렇게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전략이다.
우리 회사에서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마케팅이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마케팅을 잘 못하면 발전이 어렵다. 과거 우리나라는 판매지향이었다. 그러나 이익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결정된다. 시장에서 고객들이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가 우리가 제시하는 가격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때 팔린다. 마케팅의 출발은 내 공장이 아니라 시장에서 해야 하고 고객이 싼 물건을 필요로 하는지 비싼 물건을 필요로 하는지 고객에게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1995년 미국에서 조사한 <고객이 거래를 중단하는 이유>를 보면 서비스의 문제가 68%, 제품의 질이 14%를 차지한다. 즉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다. 그러나 고객이 만족했다고 해서 영원한 충성고객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40% 정도의 만족을 느낀 고객은 경쟁사로 옮겨갈 수 있다. 영원한 고객이 되려면 적어도 80% 이상의 만족을 주어야 한다. 우리가 행한 행동 중 80%의 효과는 우리가 행한 행동의 20%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것이 <8:2의 법칙>이다. 내 거래처 중 20%가 매출의 80%를 올려준다. 그 20%의 고객을 선별해서 접대비의 80%를 써야 한다.
고객만족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직원만족이 되어야 한다. 직원이 만족하면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좋아지고, 서비스가 좋아지면 고객이 이탈하지 않는다. 그러면 이익이 많이 나게 되고 주주가 돈을 많이 벌게 된다. 그 돈으로 투자도 하고 직원 교육도 시키고 월급도 많이 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익이 나기 전에 먼저 종업원들과 나눌 것을 약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논문에 따르면 58세 이상을 베테랑세대, 40세~58세는 베이비붐세대, 20~40세는 X세대, 그 아래 세대를 차세대라고 한다고 한다. 이 네 가지 세대는 DNA가 완전히 다르다. 베테랑은 합의를 좋아하고 뭉치는 것을 좋아하고 의리를 중요시한다. 그러나 차세대는 자기를 좋아하고 소비를 좋아한다. 물건을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세대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내부 고객인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회사의 주류를 이루는 계층의 특성을 파악해서 그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우리 회사에는 독특한 기업문화가 있다. 우리 회사는 매일 아침 8시 45분 전직원이 모여서 커피를 함께 마시며 그 날 직원들의 경조사와 행사를 챙긴다. 또한 직원들의 의사소통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요강좌>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매주 수요일마다 30분씩 직원들이 돌아가며 자유롭게 주제를 정해서 발표를 한다.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 속에 진행되는 수요강좌는 평가를 통해 매년 최우수발표자 2명을 선정한다. 수요강좌는 구성원들의 다양한 관심분야 개발을 통한 회사생활의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또 하나 1인당 연간 200,000원씩 동호회 활동비를 지원한다. 7명 이상만 모이면 동호회로 인정되어 직원들이 원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문화프로그램>이라고 하여 1인당 10,000원씩을 지급하고 그 돈을 어떻게 재미있게 쓸 것인가 기획해서 전직원이 함께 논다. 10,000원이 작은 돈 같지만 실제 해보면 10,000원으로 매우 재미있게 놀 수 있다. 회사 창립기념일에는 전직원이 함께 연극을 보고 식사하며 맥주도 한잔 한다. 그러다 보면 상하간의 격차가 많이 줄어든다.
영업사원들의 능력향상을 위한 훈련과정인 영업 5종 경기 중 하나인 5분 스피치는 스팀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로서 제품과 신기술정보를 고객 앞에서 자신있게 설명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우리 회사는 여성 비율이 30%를 웃돈다. 여성은 남성보다 부정을 저지르지 않고 능력면에서도 남자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우리 회사에는 모녀지간도 있고 부자지간도 있다. 공장에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근무하니 태도도 좋고 노조가 생기지 않는다. 또한 우리 회사는 정년퇴직이 없다. 나이가 많아도 일할 힘이 있으면 계속 일한다. 그들은 젊은 사람보다도 훨씬 숙련된 기술자이고 더 열심히 일한다. 이런 것들이 한국 스파이렉스 사코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다. 관료적이고 딱딱한 조직보다는 재미있게 일하는 조직이 생산성도 높다. 커피미팅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는 아날로그 지향적이다. 구성원 간의 인간적인 유대가 조직의 또다른 경쟁력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고객과의 만남은 단순한 영업활동이 아니다. 고객에 대한 기술지식의 보급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한다는 기업문화를 대외적으로도 실천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구성원, 나아가서는 고객의 절정까지 경영한다는 독특한 시각으로 “Work hard, Play hard”를 통한 재미있는 조직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신바람 나는 조직 만들기를 통해 무한한 잠재력과 경쟁력을 높여왔다. 치열한 경쟁과 변화의 시대를 맞아 앞서가는 기업들에게 필요한 것은 디지털적인 조직의 효율성,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능동적으로 수용해 변화를 선도하려는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실천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똑똑한 사람이 최고라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 좋은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훌륭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고 고객을 만족시키면 매출과 이익은 자동적으로 따라온다.
기업의 질주는 하나의 파티다. 즐거운 파티를 위해 CEO는 호스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 된다.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최대한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면 된다. 절정을 경영하는 것은 바로 성공의 즐거운 파티를 여는 것이다. 재미있게 놀고 기억에 남는 파티를 경영에 도입하면 좋은 경영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파티의 호스트는 오는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음식과 음악이 좋을지, 호스트가 돌아다니면서 파티에 온 사람들 모두 재미있게 지내는지 관심을 가져야 훌륭한 파티가 된다. 특히 CEO와 부서장들은 그런 개념을 가지고 직원들에게 접근하면 매우 높은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다. 경영에 절정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조직이 활성화된다. 우리의 절정을 설계하고 그 절정을 맛볼 수 있는 열쇠는 바로 우리 손 안에 있다.

*이 원고는 지난 6월17일 경영자독서모임에서 진행되었던 박인순 사장(한국스파이렉스 사코)의 강의을 바탕으로 IPS에서 작성한 것입니다.

윤지영 선임연구원 jyyun@ip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