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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기말의 질주 일시 : 2000년 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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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책들이 하나의 일관된 이론을 소개하는 것에 비해 이「세기말의 질주」는 여기저기 소개된 잡문들을 모아 놓은 것으로, 주제가 통일되지 않아 다소 난잡한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책 전반에 걸쳐 '세계화의 재고'라는 논제 하에 평소 가지고 있던 필자의 의견을 피력하고 그것의 문제와 해결방법을 제시하였다.

자본주의 세계화의 '배타성'

어느 종교 사학자로부터 들었던 초기 기독교의 수난 과정은 자본주의 세계화와 여러모로 비슷한 요소가 많았다. 기독교 탄압의 원인과 자본주의가 어떤 상관성을 가지는지 의구심이 생기겠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탄압을 자초한 기독교의, 나만이 구원의 길이고 너는 가짜라는 '배타성'이다. 이것은 마치 이 지구를 자유롭고 정의로운 세계로 만들기 위해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서로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는 대신, 두 체제가 서로 '나든 너든 둘 중의 하나는 죽어야 한다'고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사회주의 붕괴 이후에 자본주의가 통일했던 세계화는 그야말로 '자본주의 세계화'로 로마시대 기독교가 했던 것처럼 '이것만이 진짜이고 저것은 가짜다', '전 세계는 자본주의 원리에 의해서 통일되어야 한다'는 철저한 배타성을 내세웠고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 세계화와 기독교의 핍박 사이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배타성으로, 세계화는 단 하나의 원리에 의해서 전 세계의 질서를 재편하려는 것이며 그 원리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것들에게는 엄청난 희생을 강요한다.

자본주의 세계화에 대한 우려

현재 지구에서 살고 있는 인구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살아왔던 모든 사람들에게 '이 지구의 질서가 어떻게 되길 바래', '어떻게 살길 바라니?' 라고 묻는다면 인종과 성격, 환경이 모두 각각인 수많은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풍요', '정의', '자유' 라는 세 가지의 공통된 답변을 보인다. 이는 풍요, 자유, 정의라는 개념이 시대와 인종에 관계없이 추구되는 불변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전세계가 따라가고 있는 자본주의는 정의나 자유보다 풍요를 우위에 두고, 남보다 잘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앞질러 눌러버려야 한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점 때문에 자본주의에 대해 상당히 우울한 우려를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경제학자인 케인즈는 높은 가지의 잎을 독점하는 목이 긴 기린의 과식과 거기서 밀린 목 짧은 기린의 아사를 예로 내세워, 이러한 '사회적 다윈이즘'을 통렬히 비판하였다. 비비안 포레스터는 '경제적인 공포'라는 책에서 '당신은 이 세상에 살 자격 있는가?' 라고 묻고 '당신이 이 세상에 살 수 있는 자격은 당신의 노동이 이윤을 생산하는데 유익하다는 것을 증명할 때 부여된다'라고 덧붙이고 있다. 이는 당신의 노동이 이 세상에 이윤을 남기지 못한다면 살 자격이 없다는 섬뜩한 말이다. 이것에 의하면 세계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과연 우리가 이 땅에 살아남을 자격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질주 - 지배수단의 변화

1945년 전쟁이 끝나자 무력 전쟁을 지양하고 앞으로는 무역과 생산으로 세계를 이끌어 갈 것을 합의하였다. 그러나 미국이 전승국의 프리미엄을 가지고 달러를 세계의 기축통화로 사용할 것을 주장하였고, 세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세계 각국의 정부는 정부대로 달러로 군비지출을 하고 소비자들은 그들 나름대로 자기 능력이상의 달러를 지출하여 결국에는 미국의 생활 수준을 높여 주게 된 것이다.

미국은 전 세계 상업용 금의 74% 보유량을 내세워 달러를 세계통화로 사용하는 조건으로, 후에 달러 하나를 가지고 오면 금 하나로 바꿔 주리라 장담하였다가 달러의 양이 어마어마해지자 달러 두 개당 금 하나로 서슴없이 변경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1970년의 평가절하(Devaluation)이며 이에 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미국은 이것에 멈추지 않고 다음 해 '달러의 금 상환금지'라는 극단의 조치를 내렸는데 이것이 이른바 1971년 닉슨의 '태환정지선언'이다. 이제 세계가 달러의 효용에 불만을 터트리자 미국은 달러로 그들의 물건을 사갈 것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당시 대부분의 달러를 보유하고 있던 독일,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미국에서 달러를 내고 사올 만한 물건들이 별로 없었다. 그러자 달러의 사용가치는 저하될 수 밖에 없었고, 1970년대 달러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의 힘을 지니고 있던 미국은 그 힘을 반납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하였다 하지만 그 후 미국은 화폐가 아닌 상품을 도구로 다시 한번 세계를 지배하였고 세계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몇 해전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우루과이 라운드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미국이 상품이라는 지배 수단을 얼마나 잘 활용하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세계화의 흐름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개인의 경우에서는 이 과정에서 해보다는 득이 더 많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외국 잡지 하나를 신청하려 해도 국세청장 앞으로 외화사용신청 허가서를 작성해야 하는 등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지금은 신용카드 하나만으로 간단히 신청할 수 있다. 이렇듯 어떤 의미에서 세계화는 훨씬 편리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이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묵과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70년대 미국은 엄청난 무역적자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었다. 미국이 일본에 비해 모든 면이 앞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자동차는 팔리지 않고 일본의 자동차는 잘 팔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10명 중 2명이 고용되어 그 2명이 나머지 8명을 먹여 살리는 제도가 미국이 지향하는 제도라면, 그 보다는 다소 효율면에서는 뒤지더라도 10명이 할 일을 11명이 일하는 일본의 대안도 한번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10명이 일하고 세금 걷어 1명을 먹이는 것이나, 11명이 같이 일하는 것이나 결과적으로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굴복 - IMF의 편입과 종속

지금까지 세계화의 문제에 대해서 논하였다면 이제부터는 우리나라의 세계화 굴복과정과 저항부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1년 동안, 나라를 온통 초상집으로 만든 IMF 통치가 외인인지 내인인지에 대해 수많은 주장이 오고 갔었다. 앞서 언급한 세계화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르면, 정확히 수치화 할 수는 없지만 외인이 컸다고 여겨진다. 이는 당시 우리 경제의 펀드멘털이 좋다는 등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내부가 어떤 모습을 갖추고 있었든지 국제통화기금의 '탁치 경제'는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작년 우리 증시가 1,000포인트까지 올라갔을 때 상장총액이 무려 3백조원 가량 되었다. 그러자 모두들 경제가 좋아졌다고 안심하기 시작하였고 우리의 저력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들떠 있었다. 그러나 그 3백조원 중에서 외국인 지분이 1/5인 60조원을 차지하였는데, 문제는 이들이 60조원으로 6개월 동안 벌어들인 돈이 30조원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IMF 극복을 제1의 국가과제로 내세워 결과만을 중요시하였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극복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장기채무를 단기채무로 바꾸었다는 것은 외견상으로는 대단한 성과이지만 그것을 관철하기 위해 포기해야 했던 것들은 의외로 큰 희생일 수 있다.

저항 - 민족과 국가

지금까지가 세계화에 대한 우울함의 단편적 나열이라면, 그 우울함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 또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에 앞서 새뮤얼 헌팅턴 교수가 예견한 바에 의해 적어도 10-15년 후에 세계 GDP 5대 강국 가운데 4개가 아시아에 포진하게 된다면 지금 적어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설정을 이루어야 하며, 민족경제에 대해 심사숙고 해봐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있었던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었던 것 중, 언론에서 일제히 대서특필한 것이 있었다. 바로 남한이 연합제를 고수한 반면 북한은 연방제를 포기하고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내세웠다는 것으로, 이는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통일의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두 개의 국가를 인정한다는 것으로 통일 문제를 아예 거론하지 말자, 또는 연기하자는 의미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매워 줄 수 있는 것은 경제문제로 서로에게 열린 마음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문명의 충돌」에 의하면 남북한은 문화적 동질감을 바탕으로 통일을 실현한다고 한다. 문명의 중요성이 더욱 더 대두되는 지금, 남북한의 관계개선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사안이다.

세계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민족과 국가의 중요성은 증대된다. 민족이란 것은 음식이나 신앙, 언어를 버린다고 해도 부정할 수 없는 것으로 이는 지금과 같은 세계화 추세에 반대 개념으로 다가올 것이다. 앞서 세계화에 대한 부정적 단상들을 나열하였지만 세계화 노드는 우리가 피한다고 비켜갈 수 있는 풍랑이 아니다. 그렇다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세계화에 아무런 의식 없이 휩쓸리기보다는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가공하여 받아들이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 그리고 그 방안은 어쩌면 시대 착오적 발상일 수 있는 민족과 국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원고는 정운영 교수의 강의를 바탕으로 전수미 연구원이 정리한 것입니다.-

모집안내 - 제11기 경영자독서모임(The 11th Management Book Society)
2000.10.23 ~ 2001.3.26
"MBS에서 시대의 흐름을 잡으십시오"
교육기간 : 2000년 10월 23일 ~ 2001년 3월 26일
교육장소 : 중구 을지로1가 하나은행 본점 21층 강당(소공동 롯데호텔 맞은편)
참가대상 : 출석회원, 통신회원A, 통신회원B
문의 : 산업정책연구원 교육팀 윤지영 연구원 전화. 456-5588(ext.550) / jyyun@ips.or.kr

정운영 교수(경기대 경제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