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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한기업 강한국가 : 기업의 사활 - 최고경영자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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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의 제기

급속하게 변하는 경쟁환경 속에서 기업은 언제나 사활이 걸린 운명을 헤쳐나가야 한다. 본고에서는 기업의 흥망성쇠에 있어서 최고경영자의 역할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를 하며 앞으로 유능한 경영자들이 배출될 수 있는 방안을 찾기에 앞서 사회적 제약조건에 대한 논의를 하고자 한다. 제도적 환경의 개선이 없이 최고경영자의 탁월성이 발휘되기를 바라기는 힘들다는 것이 필자의 기본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에는 최고경영자는 어떠한 역할과 기능, 책임이 요구되는지 논의하기 위해 몇가지 질문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의 사활에 있어서 왜 최고 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한가?
둘째, 한국에서는 왜 최고경영자의 역할모델을 찾기 힘든가? 개인차원의 문제인가? 제도적 환경의 문제인가? 이는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가?
셋째, 새로운 시대에 바람직한 최고경영자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가?

2. 기업의 사활과 최고경영자

최고경영자는 높은 불확실성과 위험 부담하에 기업의 장단기적 경영성과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경영의사결정과정을 주도함으로써 기업의 사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Barnard는 경영자는 조직의 목표설정, 구성원의 협동의사 유지, 원활한 의사소통 여건의 조성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Mintzberg도 경영자의 역할을 크게 대인간 역할(Interpersonal role), 정보역할(Informational role), 의사결정 역할(Decisional role)로 구분하였다. 또한 Kotter의 연구에 의하면 최고경영자는 자신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network building) 이를 통하여 정보를 획득하고 또한 업무를 수행해 나간다. 수많은 정보속에서 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파악하여 의사결정을 위한 안건을 설정(agenda setting)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경영자의 개념적 능력(conceptual)이 매우 중요하다. 경영자는 어느 순간에 결정적인 의사결정을 하기도 하지만 매일 매일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장기적인 방향성을 잃지 않고 일정한 의사결정의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고경영자는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지금 의사결정을 할 때 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그후 자신만의 의사결정 능력은 정보획득능력, 시뮬레이션 능력, 대안의 평가와 최적 대안의 선택능력이 된다. 이 과정에서 최고경영자의 지배적인 논리(dominant logic)가 무엇이냐, 어떠한 정신적 틀(mental framework)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대안의 평가와 선택이 달라지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최고경영자가 정보를 획득하는데는 자신이 구축한 네트워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전략적 의사결정에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는 비문서화돼 있으며 주요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직접 획득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정보의 폐쇄성이 높은 사회에서는 자신만의 네트워크 없이 고급정보를 획득하기란 어렵다.
또 다른 요인은 최고경영자가 획득한 정보를 해석하고 이를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과정이다. 동일한 정보라도 의사결정자의 해석에 따라 전혀 다른 기업의 행동을 유발하게 된다. 이러한 정보의 해석은 의사결정자의 축적된 지식수준, 경험, 철학, 가치관, 열망 등의 차이에 의하여 달라지기 때문에 환경인식은 매우 주관적인 경향이 있다. 총체적으로는 최고경영자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논리와 세계관 등이 문제의 인식과 정의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전략적 변신을 추구하고 있는 가운데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최고경영자의 전략적 역할의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이는 종전보다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이 더 높고 이해관계가 더 복잡해졌다는 상황인식에서 비롯된 것이고 더불어 이러한 상황에서 요구되는 최고경영자의 전략적 리더십이 사회적으로 재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상황에서 소유경영자만이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기업변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영의 복잡성과 전문성의 증대는 소유경영자에 의한 경영지배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소유경영자든 전문경영자든 최고경영자의 전략적 역할은 기업의 운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유능한 최고경영자는 기업발전과 사회발전의 귀중한 자원이다. 따라서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능력있는 최고경영자가 배출될 수 있도록 사회발전 및 제도개선에 방향이 맞추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3. 최고경영자의 딜레마

왜 우리사회에는 역할모델이 될 만한 탁월한 최고경영자를 찾기 힘든가?
첫째, 최고경영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을 키울 수 있는 경영자 개발과정(management development)이 취약하다. 둘째, 최고경영자가 되기까지의 사회적 선택과정(selection mechanism)에 문제가 있다. 셋째, 최고경영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기 힘든 사회적 제약조건(social constraints)이 많다.

이러한 결과에서 외형성장의 속도에 비해 내부관리와 경영의 충실화의 속도가 늦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비윤리성과 불합리성이 내재된 시장에서 정부와 기업이 유착되듯이 소유경영자와 고용경영자도 유착관계가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심리적 계약관계를 넘어선 상호몰입에 의하여 기업간 이동이 어렵다. 따라서 상호적응을 통한 안주의식이 고착되면 이는 기득권 세력을 형성하여 변화에 대한 저항을 하게 된다. 이러한 풍토에서 진정한 의미에서 소유경영자이거나 고용경영자이거나 간에 전문가로서의 경영자(manager as professional)가 육성되거나 능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웠다.

우리나라에서 최고경영자가 직면해온 딜레마는 시장과 조직의 중간자로서의 위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업의 리더는 시장과 조직의 중간에 서있는 존재다. 시장에서는 경쟁의 논리가 작용하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시장의 풍토가 합리적인 법과 규칙을 존중하지 않을 때 리더는 고뇌에 빠지게 된다.
이와 반대로 조직은 공동체의 논리가 우선된다. 조직내에 경쟁의 논리가 존재하나 협력을 파괴하는 경쟁은 조직의 성과를 저해하게 된다. 시장에서도 경쟁의 논리가 우선되나 보다 넓은 의미에서 산업공동체로서의 협력이 필요하다. 경쟁과 협력의 조화, 두 가지 모순되는 요소를 어떻게 조화시키는가가 리더가 갖게 되는 딜레마다.
사회구조가 모순과 불합리한 요소가 많을 때 기업의 리더는 조직의 생존을 위하여 이러한 풍토에 적응하게 된다. 따라서 불공정과 불법적인 요소가 리더의 삶에 끼여들게 된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기업경영에 대한 정치권력의 영향력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경유착의 근절을 통하여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병행 발전되어야 한다는 현 정부의 방향설정은 이러한 관점에서 매우 타당하다.
그러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이 높아짐에 따라 권위주의적 정부의 딜레마를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경제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은 오히려 높아진 상태에 있다. 따라서 정부는 자기통제와 개혁을 통하여 개입과 관여의 정도를 완화시켜 나가야 하며, 개입시는 철저하게 공정성을 높여서 기업경영자로 하여금 '죄수의 곤경' 상태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둘째, 기업 지배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1인 총수 중심의 중층적 지배구조하에서는 전문가로서의 최고경영자가 자리잡기 어렵다. 소유경영자는 주주권과 경영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면서 기업을 통할하기 때문에 전문경영자의 실질적인 경영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임기나 지위에 대한 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소유경영자의 뜻에 따라 기업을 관리하는 역할에 충실하기 쉽다. 따라서 지배구조의 개선을 통하여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고 적절한 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지배권 시장의 형성을 통하여 M&A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경영자 시장도 형성되어서 유능한 경영자의 선택기능이 보다 활성화되어야 한
다. 셋째, 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져야 한다. 정직과 신뢰에 의한 상거래 풍토가 정착되어야 한다. 투입대 산출에 의한 평가기능이 작동되어서 시스템으로서의 기능이 작동되어야 한다. 또한 경쟁에 대한 시장메커니즘이 작동되어야 한다. 기업의 경영성과를 결정하는 비시장적 요소가 최소화되어야 한다. 조직내 공정성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혈연, 지연, 학연의 영향요인이 완화되어야 한다.

4. 새로운 시대의 바람직한 최고경영자의 조건

한국기업들은 현재 당면한 위기극복뿐만 아니라 향후 세계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다 본원적인 자기혁신활동이 필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의 경영자는 지속적인 조직의 자기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이 분명하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방법론과 의지를 갖춘 최고경영자가 필요하다. 혁신의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권력관계 및 이해관계의 변화에 대한 저항을 조정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경영자가 발굴되고, 또한 이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비전경영, 신뢰경영, 지식경영으로 요약할 수 있다.

1) 비전경영

미래의 기업은 올바른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를 필요로 한다. 또한 경영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비전의 제시와 공유가 필요하다. 경영혁신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저항을 최소화하고 구성원의 적극적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새롭게 제시하고 이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현재는 급격한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공동체적 기업문화가 붕괴되고 과거에 제시했던 비전에 대한 실망감과 허탈감에 빠져있는 기업들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주도하는 주체가 스스로 새로운 비전을 내면에서부터 확고히 해야 한다.
올바른 비전은 조직구성원에게 할 수 있다는 힘을 불어넣어 준다(empowerment). 비전은 동기부여, 권한위양, 그리고 능력배양을 가능케 한다. 임파워먼트의 결과는 셀프 리더십(self-leadership)이다. 실패에 대한 관용과 도전정신을 자극할 수 있다.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의 수립과 실천이 필요하다. 전략은 미래에 대한 분명한 비전
을 가지고 기업의 목표, 행동 및 자원배분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전략이 수립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가진 내부와 외부의 지적 자원이 총동원되어야 한다. 전략의 성공적 실행을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결단과 구성원의 열망이 어우러져야 한다.

2) 신뢰경영

미래의 기업은 공생적 공동체의 리더로서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최고경영자를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관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기업은 개인의 사적 소유물이 아니라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가치를 창출하는 공동체이며 가치창출 시스템이다. 기업은 또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가치증진에 기여해야 한다. 이와 함께 노동관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 십여년간 노동은 상대적 가치인식이 쇠퇴해왔다. 근로자가 경영전반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스스로 혁신의 주체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 얻어진 성과향상의 몫이 근로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성과배분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신뢰는 공생적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는 기초며 진정한 경영자의 리더십이 발휘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신뢰가 공동체의 강력한 비전과 만날 때 기업은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동서고금의 어떠한 공동체도 위기를 극복하고 뻗어나간 이면을 보면 잠재적 힘을 현재화시킨데 있다.
또한 새로운 시대의 최고경영자는 이해관계자 관리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거래처, 금융기관 등 다양한 기업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적절한 거리를 둔 관계(arm's length
relationship)를 형성하여 불공정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제거해 나가야 한다. 절차의 공정성 확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투자자의 공정한 이익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경영투명성 향상을 통한 대리인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3) 지식경영

미래의 기업은 새로운 지식이 창출, 확산, 공유 및 적용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최고경영자를 필요로 한다. 미래는 어떠한 제품이나 서비스도 새로운 지식과 정보에 바탕을 둔 창조적 아이디어와 결합되지 않으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사내 기업가정신을 북돋을 수 있는 기업문화의 구축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혁신적 신제품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 기술력, 정보력, 마케팅력의 삼박자를 갖춘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시대의 최고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지식기반을 활용하여 첫째, 글로벌 정치경제환경의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사업의 기회를 찾고 동시에 잠재적 및 현재적 위협에 대처해 나가는 것이다. 둘째, 기술혁신과 기술경쟁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기업의 기술자원을 강화하여야 한다. 셋째, 정보화 사회에 대응하여 이로 인한 경쟁규칙의 변화를 이해하고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시대의 최고경영자는 배우고 실천하는 학습인과 행동인이 되어야 한다. 혁신과 아이디어의 경쟁에서 앞서가는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업은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마련하고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 수준을 높여야 한다. 지식이 창조적 아이디어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창조에 대한 열정과 의지 수준을 높여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갖도록 해야 하며, 실패의 자유를 허용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여야 한다. 이는 확고한 비전과 신뢰를 갖춘 최고경영자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5. 맺는 말

기업의 흥망성쇠는 무상하다. 기업은 생존발전하기 위해서 지속적 경쟁우위의 구축이 필요하다. 경쟁우위는 차별적 핵심역량에서 나오며 선행적 우회축적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우회축적의 핵심은 사람에 대한 투자로서 지식과 의지와 열정이 겸비된 인재양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신뢰에 기반을 둔 공생적 공동체 문화속에서 비전 실현을 위한 혁신지향적인 리더십이 발휘된다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일류기업으로서 새로운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정화 교수(한양대학교 경영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