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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영자독서모임으로의 초대15-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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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제관료도 정치가도 아니지만 나라 안팎을 두루 돌아다니며 우리나라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할 기회를 많이 가졌던 기업인이다. 원양선을 타고,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두루 다니는 과정에서 나에게 가장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은 왜 우리는 이렇게 못사는가 하는 것이었다. 1962년도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80불이었으니 얼마만큼 가난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가난할 뿐 아니라 후진국이었기 때문에 선진국에 가면 잘 사는 것이 부럽고, 후진국에 가도 한국이라고 하면 알아주지도 않았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말이 있느냐, 글이 있느냐, 전차가 다니느냐 등 여러 질문에 답한 이후에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밝힐 수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런 경험들 때문에 왜 우리는 이렇게 못 사는가,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유독 골똘히 한 편이었다.

그런 계기를 통해 나름대로 우리가 못살게 된 이유를 두 가지쯤으로 생각해 보았다.
첫째, 우리가 근세사에 있어 역사를 외면했다는 것이 우리가 못살게 된 가장 큰 원인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대략 14세기까지는 우리가 서양보다 오히려 앞섰다고 한다. 사실은 동양에서 자석, 화약, 인쇄술 등 문명의 기초가 되는 것들을 발명했는데 그것이 실용적으로 활용되지 못했다. 가령 동양에서는 화약으로 불꽃놀이 하는데 그쳤지만 서양에서는 화약으로 탄알을 만들었다. 자석도 마찬가지로, 동양에서는 고작 풍수지리설에 따라 묘자리 잡는데 썼지만 서양에서는 자석으로 나침반을 만들어 항해를 했다. 결국 14세기까지는 우리가 앞섰지만 15세기부터는 달라졌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1492년부터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해서 그들이 개항을 하고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입지를 넓혀갈 때 우리는 외국함대가 와도 단지 물리치는 것만으로 잘했다고 하며 문을 꼭 닫아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 비하면 일본은 네덜란드, 포르투갈, 미국의 함대가 오자 그들을 받아들여 먼저 서구화했기 때문에 그로부터 100년 후 우리를 침략했다. 콜롬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하는 것이 1492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100년 후에 임진왜란이 있었다. 세계가 변화하는데 우리는 세계의 흐름을 몰랐고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때에도 당파싸움을 하느라 밖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모르고 있었으니 자발적으로 문을 열지 못하고 결국 타의에 의해 억지로 문을 열게 되었다. 라이트 형제는 1903년에 비행기를 띄웠다. 외국에서 비행기 실험을 하고 20세기를 맞았을 때 우리는 우마차를 끌면서 20세기를 맞이한 결과 거기서 온 격차로 우리가 불행해진 것이다.
둘째, 세계 지리를 전혀 몰랐다. 서양이 동양을 앞서게 된 결정적 이유는 그들이 지리를 알아서 동쪽으로, 서쪽으로, 바다로 나가서 대륙을 확보하고 자원을 가져간 데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지리를 몰랐다는 것은 바다를 몰랐다는 것이고, 바다를 알고도 우리는 바다를 무시했다고 말할 수 있다.

30-40년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우리나라를 객관적으로 볼 기회가 많았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도 그렇게 가난한 것만은 아니고 또한 가난하게 살 이유도 없다. 맨처음 느낀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으로 우수하다는 것이다. 원양어선 선원들이 특별히 우수한 사람이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외국 곳곳에 나가서 그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우 우수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점점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외국에서 일어나는 일,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며 한국인의 우수성을 절실히 느꼈다. 한국인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세계 청소년 기능올림픽에서 일본이 5번, 독일이 3번 우승했는데 우리는 12번을 우승했다. 그만큼 손재주가 있다는 말이다. 그 외에도 요즘 들어 스포츠나 예능면에서 여러 가지로 두각을 나타내고 초등학교 수학 과학 테스트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보인다. 물론 중 고등학교로 가면서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우수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또한 지리적으로도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 보통 지도를 놓고 보면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에 붙은, 그저 매달려 있는 조그마한 반도로 보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뒤집어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유라시아 대륙을 딛고 태평양을 향해 꼿꼿이 서있다. 그래서 책 제목을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라고 표현하였다. 냉철히 생각하면 지구에서 북쪽이 위고 남쪽이 아래라는 것은 없다. 다만 유럽 사람들이 먼저 지도를 만들면서 자기들을 위쪽에 그리고 아프리카를 아래쪽에 그렸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도를 거꾸로 본다고 해서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가 유라시아 대륙을 발판으로 우뚝 서서 태평양을 향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유리한 조건인지 모른다. 특히 오늘날은 세계교역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국제간 교역량의 75%가 해양을 통해 운송된다. 바다가 있기 때문에 배로 나를 수 있는 것이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컨테이너를 하나씩 실은 차가 4000여대만 되도 고속도로가 꽉 차버릴 것이다. 요즘에는 그만큼의 분량을 배 한척에 실을 수 있으니 바다의 수송력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여 있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북미대륙에 배가 가려면 항로상으로 우리나라 남쪽을 지나가는 것이 가장 가깝다. 우리가 지도를 놓고 볼 때는 일본 남쪽을 거치는 것이 가까워 보이지만 사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싱가폴이나 홍콩을 떠난 배가 미국에 갈 때 일본 남쪽을 거치는 것보다 우리나라 남쪽을 거쳐가는 것이 더 빠른 길이다. 쉽게 말하면 바다의 고속도로, 즉 Trunk Line(간선항로) 상에 한국이 있다. 배가 항구에 드나들려면 큰 항구가 있어야 하는데 부산이나 광양은 큰 배가 드나들 수 있는 깊은 수심이 있는 반면 황해는 그렇지 못하다. 다시 말해 중국 대륙은 바다에 접한 면도 적을 뿐더러 황하나 양자강에서 흘러내리는 토사로 인해 수심이 낮기 때문에 큰 배가 들어갈 만한 항구를 만들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부산이나 광양이 허브포트, 쉽게 말해 중심항이 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우수한 것과 좋은 지리적 조건 외에도 지금 우리에게 매우 좋은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문명의 중심이 처음에는 이집트에서 시작해서 그리스, 로마로 이동했다가 다시 서구 유럽, 영국, 미국으로 결국 서쪽으로 이동한다고 하여 이것을 ‘문명의 서천설’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문명의 중심이 태평양을 건너서 동북아로, 아시아로 오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예로부터 문화란 큰 강이나 바닷가에서 발전했기 때문에 ‘지중해는 과거의 바다, 대서양은 현재의 바다, 태평양은 미래의 바다’라고 한다. 아시아에서도, 특히 극동이 세계 경제를 점하는 비율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는 16%에 불과했으나 10년 후에는 27%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국이 2010년에는 세계 경제에서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가장 돈이 많은 일본과,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 땅이 가장 넓은 러시아가 인접해 있는 것을 비롯하여 바다를 사이에 놓고 미국을 바라보는 여건을 갖추고 있으므로 문명의 중심이 이리로 올 것이다. 일본의 서쪽 사람들은 일본, 한국, 중국이 황해경제권을 이루자고 하고 일본 동북쪽에서는 러시아, 일본, 한국이 동해경제권을 이루자고 한다. 동해경제권이든 황해경제권이든 어쨌든 우리는 중앙에 있다. 로마 전성기, 지중해 전성기에 이태리 반도가 있었듯이 우리가 딱 그런 형상이다.

지도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 왼쪽에는 꾸불꾸불한 일본 열도가 있어서 태평양에서 오는 파도와 지진을 막아주고 오른쪽에는 대륙이 있어서 서풍을 막아준다. 우리나라 풍수지리에서 가장 좋은 땅을 ‘좌청룡 우백호’라고 한다. 세계 지도에서 한국을 보면 우리 땅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용모양을 한 일본이 있고 오른쪽에는 큰 호랑이 같은 대륙이 버티고 있다. 꼭 이렇게 풍수지리설을 빌리지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대단히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21세기 초일류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구촌에 일기 시작하는 새로운 물결을 파악하고 새 시대를 주도할 실천 전략을 준비하여야 한다.
첫째, 우리에게 필요한 비전은 복합무역, 즉 ‘新무역전략’이다. 옛날에는 세계에 돌고 있는 돈이 주로 무역대금, 즉 상품결제대금이었지만 오늘날 상품대금은 세계에서 매일 거래되는 외화의 1.5%에 지나지 않는다. 대개 하루에 1조1천억불의 외화가 거래되는데 그 중 상품대금은 150억불에서 200억불에 불과하다. 결국 나머지는 투기자금, 여행, 로열티, 기타 결재대금 등이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상품만을 무역하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가 天時를 만났으니 좋은 지리적 요건을 살리고 복합무역을 통해 국가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이름하여 新무역전략이다. 상품 수출은 高부가화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 저가 저급품을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기술, 첨단기술 등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둘째, 우리가 수출경쟁력을 가지려면 국토개발을 다시 하여 우리의 생산공장을 임해로 배출해야 한다. 거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물류비용은 미국의 배 이상 비싸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컨테이너의 94%가 부산에 들어오는데 수도권에 공장이 집중되어 있다 보니 그 중 60%가 내륙으로 수송되고 있다. 도로 여건이 좋다고 해도 수송 경로가 복잡해지고 운송비가 오르지 않을 수 없으며, 이런 물류비용 부담이 가격 경쟁력을 악화시켜 수출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적당한 산업의 집중성은 경제성을 높여 주지만 과도한 집중은 오히려 손실과 비경제성을 초래한다. 교통난과 환경오염은 산업의 과도한 집중이 가져온 비경제성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공장지대가 내륙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땅이 오염되어 우리나라 지하수를 못 먹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을 닫고 폐쇄적으로 살면서 값진 것은 전부 내륙에다 안에다 끌어다 놓고 중요한 공장은 전부 수도권에 갖다 놓은 결과 국토와 공기가 오염되는 것이다. 환경측면에서도 공업지대를 바다에 배치하는 것이 육지보다 훨씬 낫다. 그런 점들을 감안할 때 대량으로 수출하는 공장들을 임해지역으로 배출해야 한다.
셋째, 항구를 개발하여 동북아시아의 허브포트를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중심항, 물류기지를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는 아주 좋은 항구를 가졌다. 현재 부산이 여건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홍콩, 싱가폴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번째로 컨테이너를 많이 취급하는 항구가 되어 있다. 유럽물류의 40%가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항구를 통해 출입되고 있다. 로테르담 항구를 중심으로 반경 1300km 안의 인구가 3억5천이다. 부산을 중심으로 보면 우리는 거기보다 100km 적은 1200km 안에 정확히 배가 되는 7억이 살고 있다. 옛날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쓰지도 않고 움직임도 없고 가난했지만 소득이 올라갈수록 모든 거래가 많아지고 더구나 인구가 배이므로 더욱 거래량이 많아진다. 그 말은 곧 우리가 중심이 된다는 이야기다. 컨테이너를 큰 배로 가져와서 작은 배에 실어주는 것은 환적이라고 한다. 환적 하나에 200불 정도의 수익이 발생하는데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소형 자동차 하나 수출해봐야 수익이 200불이 채 되지 않았다. 자체 화물이 거의 없는 홍콩과 싱가폴은 대개 일년에 환적량이 1400만대~1600만대이다. 그에 비해 우리는 자체 화물이 있고 여건은 홍콩이나 싱가폴보다 훨씬 나으므로 부산이나 광양이 굉장한 중심항이 될 수 있다.
넷째, 관광지를 만들자. 우리나라는 특히 해양관광지로는 최고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혹자는 우리나라에 무슨 구경거리가 있냐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많은 섬과 아기자기한 해안선을 가졌다. 지중해 니스, 베니스를 가봐도 우리 남해안처럼 아름다운 섬은 없다. 홍콩에는 연간 1500만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싱가폴은 부산보다 작은데도 불구하고 일년에 800만의 관광객이 찾는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480만 정도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우리도 쇼핑센터와 자유항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홍콩이나 싱가폴에 비하면 엄청난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다. 옛날에는 관광이라고 하면 고적지나 보러 다니는 것이 전부였지만 오늘날의 관광은 대부분이 체험관광 내지는 참여관광으로 추세가 변하고 있다. 이제 보러만 가는 시대는 지났고 참여관광이나 체험관광으로는 해양관광이 최고다. 바다에서는 낚시, 보트, 스쿠버다이빙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가령 13억에 육박하는 중국 사람들 중 1000만명만 우리나라에 와서 1000불씩만 써도 100억불이다. 관광객 한 사람이 오면 TV 15대를 수출한 것과 맞먹을 정도로 관광의 효과는 대단하다. 관광객이 와서 100억불을 쓰는 것이 수출 400-500억불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부산이나 광양이 물류기지화 되어야 한다. 영종도공항이 열리면 여러 가지 여건으로 볼 때 분명히 항공로의 허브가 된다. 현재 김포공항에서 취급하는 화물량이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고 대한항공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화물을 많이 실어 나르는 항공사이다. 홍콩에서 미국 동부를 가려면 한번에 가지 못하고 어디서든 한번 쉬어야 하는데 경유지 중 비행기 이착륙 비용이 가장 싼 곳이 영종도공항이다. 영종도공항이 제대로 운영된다면 동북아의 교통 중심지가 될 수 있다. 공항의 중심지가 되고 물류의 중심지가 되면 자연히 비즈니스센터가 될 것이다. 오늘날 홍콩이나 싱가폴이 비즈니스센터가 되어 있는 것은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물류 중심지가 네덜란드 로테르담이나 런던으로 모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큰 기업들이 지사를 파리, 런던, 로마 등 여러 곳에 두었지만 지금은 통신의 발달로 인하여 다국적 기업의 본부나 물류센터들이 물류 중심지로 모아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가 교통의 중심, 물류의 중심이 되면 우리나라 자체가 비즈니스센터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센터가 되면 자연히 금융센터도 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갖추어야 할 두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국민들이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국민 개개인 모두가 세계인이 되어서 상식있는 행동을 해야 하고 비난받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天時를 만났고 사람도 똑똑하다. 그러나 한가지 없는 것은 화합이다. 육당 최남선 선생은 ‘우리 국민이 바다를 잃은 뒤로 좁은 땅에서 모여 살다 보니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전국 각지를 이야기할 때 ‘坊坊曲曲’이라 하는데 일본에서는 나루津과 포浦를 써서 ‘津津浦浦’라고 한다. 우리는 산골짜기에서 서로 담을 쌓고 내 땅을 운운하며 싸우는 동안 일본은 바다로 퍼져 나간 것이 격차가 벌어지게 된 계기이다. 원래 우리 국민은 굉장히 포용력 있고 예의도 바른데 좁은 곳에 갇혀있다 보니 서로 싸웠던 것이다. 우리가 세계로 눈을 돌리고 우리의 좋은 조건을 이용하여 치고 나가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밖에 나가서 2-3년만 지나면 중류급 이상으로 생활하며 잘 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서로 和를 도모하지 못한다. 맹자 曰 ‘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라고 했다. 하늘의 때가 아무리 좋아도 地의 利를 얻는 것만 못하고 아무리 地利가 좋아도 人和와 같지 못하다는 말이다. 결국 人和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天時와 地利도 얻었고 사람도 똑똑한데 和를 얻지 못했다. 和를 도모하려면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입장을 바꿔 보아야 한다. 우리는 和만 도모하면 세계 일등국민이 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위치가 어디 있는가를 확인하는 일이다. 그래야만 바른 침로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업경영에서도, 국가경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세기를 맞이한 우리나라가 오늘날 처한 상황과 기회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국민적인 꿈을 만들고 이를 실현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21세기에는 정보의 바다를 자유자재로 항해하는 인터넷이 주도하는 정보화의 물결이 더욱 확산돼 세계를 하나의 장으로 엮는 동시에 지식산업화로의 이행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에 따라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손에 의해 생산되는 물체보다는 창의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콘텐츠가 더욱 중요해지고 상품은 물론 물류, 관광, 금융을 비롯한 서비스 부문의 국제간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흐름에서 우리 국민들의 매사를 빨리빨리 하는 민첩성, 지적 모험심이 강한 기질, 그리고 놓은 교육열은 국력 신장의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또 대륙에서 바다로 뻗은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는 동북아시아 물류의 중심지로서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사계절을 따라 달라지는 아름다운 국토, 리아스식 해안과 다도해의 절경은 세계적 해양관광지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가진 이 같은 비교우의의 요소들을 재조명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전략을 짜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때이다. 비전은 바라보는 이상, 현실, 신념이 조화를 이룰 때 실현된다. 실로 오랜만에 세계사의 주역이 될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이 기회를 살리는 방법은 국토를 아름답게, 제도를 편하게,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여 한반도를 사람과 물자와 돈이 몰려드는 매력있는 나라로 만드는 데 있다.

김재철 회장(한국무역협회, 동원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