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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09년 2호] 경영자독서모임: 한국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라
발간일 2009-06-30 첨부파일

[경영자독서모임]

 

한국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라

 

신장섭 교수 (싱가폴 국립대학교 경제학)

 

2009 5 11일(월) 28기 경영자독서모임의 두 번째 강의는 싱가폴 국립대학교 신장섭 경제학 교수의 한국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라로 진행되었습니다.

 
2008 8월 책의 출판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리만 브라더스(Lehman Brothers) 사건이 터지면서 세계 경제가 악화되기 시작했고 오히려 책의 내용은 많은 독자들에게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저자는 한국경제의패러다임을 바꾸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패러다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IMF 이후 한국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는 이미 10년 전에 패러다임을 크게 바꾼 바 있습니다. 1997, 1998년에 금융위기가 낡은 방식에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고 다시 그러한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10년 만에 다시 금융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렇다면 그때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 잘못된 것이든지, 아니면 아무 쓸모 없는 일을 한 것이 됩니다. 또한 IMF 구제금융 이후 10년 동안에 성적표를 본다고 하더라도 성적이 썩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성장률은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해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투자도 부진하였으며, 소비 위주의 성장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러한 현재의 한국경제의 문제는 10년 전 IMF의 권고에 따라 패러다임을 바꾼 것에 잘못이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지난 10년 동안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란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국제금융가라든지, 국제기구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컨센서스(Consensus)는 워싱턴 컨센서스(The Washington Consensus)라고 불리는, 워싱턴에 소재하고 있는 IMF, 세계은행, 미국 재무부 간의 컨센서스를 말합니다. 보통 세계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가 세계화 시장에서 바람직한 것이라는 인식이 있으며 이것이 바로 IMF 프로그램의 기본 입장입니다. 세계화 시대에는 자본과 인력이 대규모로 교류됩니다. 이 상황에서 경제성장을 하려면 이러한 자본과 인력을 잘 끌어들여야 하며 투자자들이 각 나라에 대해서 얼마나 신뢰를 갖는가에 따라 외국의 자본이 유입될 것입니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만약 한 나라가 외국 자본의 유치에 실패하여 돈이 빠져 나가 금융위기를 맞았다면 해당 나라에 100%의 잘못이 있다는잘못론이 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말에는 금융위기를 극복하려면 다시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한다는 말이 함축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긴축이라는 이름으로 과거 10년 간 한국이 주력했던 패러다임입니다.
이런 패러다임을 쫓아 우리나라 정부는 IMF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집행을 했고, 다른 나라들도 한국의 빠른 회복을 두고 IMF 프로그램을 어떤 위기국보다 더 충실하게 이행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했고 그래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되어서 우리가 빨리 회복되었다는 것이 그 동안의 정사(正史)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사실 IMF 위기가 벌어졌을 때 한국이 잘못한 것을 아무리 따져 보아도 전체 이유의 50%가 넘지 않습니다. 그리고 빠르게 회복된 것 또한 IMF 프로그램을 잘 따랐기 때문에 회복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당시 한국은 인플레 문제가 없었던 나라인데 IMF 프로그램은 고금리를 강요하여 기업들의 생존 확률을 오히려 낮춥니다. 기업들의 부채 규모가 큰 상황에서 금리를 높이다 보니 이자비용이 높아져 부실채권이 더 많이 늘어났습니다. 기업들은 생존하기 위해 알짜 자산들을 어쩔 수 없이 매각해야 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IFM의 처방이 오히려 한국 경제를 나쁘게 한 요인이었다고 판단합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가 빨리 회복된 이유는 아시아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미국 중앙은행이 아시아의 이머징 마켓에 투자했던 돈을 보존하기 위해 유럽, 일본 중앙은행과 함께 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와 함께 한국도 외환문제를 걱정할 필요 없이 같이 돈을 풀면서 동참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에 회복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의 빠른 회복은 IMF 프로그램으로 한국 경제가 일단 더 나빠진 상태였지만 다행히도 전세계적으로 소위 케인지안(Keynesian)적인 팽창정책을 쓰면서 같이 회복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회복세가 더 좋았습니다. 저는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금융위기 이전에 성장률도 더 높았고 투자도 더 많이 했던 튼튼한 나라였다고 설명합니다. 태국, 말레이시아보다 성장률도 높았고 투자율도 높았습니다. 그러니까 유동성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빨리 회복된 것은 당연한 것 입니다. 그러므로 한국이 10년 전 금융위기에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IMF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세계 경제상황이 나빠지는 것을 우려한 팽창정책 덕분에 함께 회복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전에도 튼튼한 체질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빨리 회복됐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IMF 프로그램에서의 한 국가의 성장동력을 외국인자본 하나로 단일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같은 경우에는 1980년에서 1990년대에 외국인 투자가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 남짓이었습니다. 그리고 금융위기 이후에 그 비중이 많이 올라갔다고 해도 5%를 넘지 않았습니다. 물론 외국인 투자가 많이 들어오면 좋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를 제외한 나머지 95%에 대한 투자 환경이 반드시 고려 되어야 합니다. 전반적인 투자가 잘 되는 체제를 갖춰야지 5%, 10% 투자율로는 경제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IMF프로그램이라는 것은 마치 외국인 자본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하는 전제하에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러면 왜 사람들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주장할까요? 물론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단어는 존재할 수 있겠지만, 세상에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공식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해관계는 엇갈릴 때가 많습니다.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것을 따르게 되더라도 이익을 보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이 분명히 있습니다. 한국의 입장에서 과연 그것이 이익인지 아닌지 그것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상태에서 IMF 체제 당시에 마치 글로벌 스탠더드가 우리에게 무조건 좋은 것인 냥 10년간 우리나라에서 진행되어 왔고, 그 결과 성장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로 다시 처참하게 금융위기를 겪고 있다고 봅니다.

 
경제를 제대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직면한 현실을 먼저 봐야 합니다.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전체적인 국익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실용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또한 세상에는 이해관계가 딱 떨어지는 경우가 없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이해관계가 다르고, 한국과 일본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더드는 모든 나라에 다 바람직한 공통 선()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어떤 기준이든 제도든 받아들일 때에는 외국에서 좋다고 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입장에서 무엇이 좋은지 주체적으로 잘 따져 봐야 합니다.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하는 것은 강자의 논리입니다. 강자들이 전체를 경영하는데 이런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이고 중간에 약자, 중간자적인 입장의 사람들이 이것이 좋은지 어떤지 제대로 잘 따져봐야 합니다.

 
금융위기는 항상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특수한 환경에 있는 국가들은 저마다의 사정에 따라 어느 정도의 자본이나 환율 통제가 필요합니다. 후진국이 선진국과 공평한 체제를 만들려면 어느 정도의 통제 시스템이 필요하며 이 시스템의 주체인 정부의 능력이 중요합니다. 정부가 시장 움직임을 까딱 잘못해서 억지로 틀어막았다가 태국의 경우처럼 실패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장기성장전략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입니다. 소비가 아닌 투자가 계속 이루어져야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사람을 더 고용함으로써 임금소득이 생기고, 임금소득이 올라가서 그것을 쓰게 되면서 돌아갑니다. 이것이 정상적인 성장의 경로입니다.
앞으로는 기업들이 은행을 통한 장기투자설비가 얼마나 잘 공급되는 체제를 만드는가에 우리나라의 장기성장전략의 요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야말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고 정부가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는 주안점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거기에 따라서 산업에서 필요한 자금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금융인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IMF 위기 이후에 각종 자유화를 통해서 개방을 단계적으로 계속 추진해왔습니다. 금융위기가 난 이유 중의 하나는 자본시장을 개방하면서 단기자본시장을 장기자본시장보다 먼저 개방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IMF 처방이라고 하는 것은 자본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개방을 안 했기 때문에 문제가 벌어졌으니 모든 것을 완전히 다 개방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자본시장은 완전 개방되었고, 완전변동환율제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이미 완전변동환율제를 시행하고 있는 선진국이 처음부터 그러한 정책을 편 것은 아닙니다. 이미 선진국이 된 다음에 다른 나라들에게 개방을 요구했습니다. 지금도 눈에 보이지 않는 폐쇄적인 시스템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저는 우리나라가 그 전에 폐쇄적이었다는 말을 절대 믿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동아시아에서 경제기적을 이룬 4마리의 용 중에서 하나인데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비교했을 때 성장을 이룬 이유 중 하나로 지지를 받고 있는 견해 중의 하나가 동아시아 국가들은 수출주도로 성장했다는 것 입니다.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는 그만큼 수입도 많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고급기술이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출을 하려면 원자재, 기계, 기술을 사와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수출산업은 수입과 수출이 모두 큰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는 폐쇄적일 수가 없습니다.

 
주체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국수주의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과 정신을 열어놓되 정말 우리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입니다. 개방을 하되 주체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가자는 것, 시장주의, 국가주의 등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말고 현실적인 문제들에서 무엇을, 어떻게 사용해서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 실용성을 따져 보아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역사는 늘 새로운 도전을 가져옵니다. 새로운 것이 오면 항상 예전에 했던 것만 쳐다보지 말고 뭐가 새로운지 보고 새롭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상상력을 발휘해서 창조를 해야 할 것입니다.

 

 

공미경 연구원 (mkkong@ip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