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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영자독서모임으로의 초대42: '붉은 악마와 월드컵'
발간일 첨부파일

이순형 교수(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아동학부)

 

2006년 5월 1일(월) 제 22기 MBS 2회 강의는 뚜렷한 목적의식과 열정, 가족애, 애국심, 자신감을 붉은 악마의 정신으로 보고 있는 이순형(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교수가 ‘붉은 악마와 월드컵’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였습니다.

 

왜 아동학을 전공하면서 붉은 악마에 대한 책을 썼는가에 대해서는 설명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은 사회 현상입니다. 2002년 월드컵 때 시청 앞 광장에 몰려든 사람들과 광분에 가까운 각성 상태에 놓인 젊은이들, 그 외에도 여럿 뛰쳐나간 저희 집의 나이 많은 남자들을 보면서 ‘이것이 무얼 의미하는가?’에 관심을 가지면서 붉은 악마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붉은 악마의 특성을 보시면 현대 젊은이들의 사고, 특히 386 세대의 사고를 읽으실 수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저와 비슷한 데가 있으실지 모르겠는데 저도 사실은 요즘 대학생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상당히 많은 충격을 받습니다. 저희가 그 나이 또래일 때, 그러니까 1970년대 제가 대학 다닐 때와 비교해 보면 전혀 다른 세계인 것 같아요. 정말 얼굴은 같지만 신인류를 보는 그런 기분입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그런 경우에 이해를 못하겠다고 하면 결국은 고물 취급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우리 세대가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혀 다른 성장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요즘 젊은 세대와 호흡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저희가 가지고 있던, 정말 귀중하다고 생각했던 대부분의 가치를 감춰두고 그들의 입장에 서서 사고를 하지 않으면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집단응원의 유래
원래는 집단응원의 유래를 보면 사실 유럽의 축구 서포터즈들에게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로마라던지, 스페인의 각 도시마다 가지고 있는 축구단과 그것에 열광하는 서포터즈들의 전통이 상당히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체로 서구의 서포터즈들의 하나의 특성을 보면, 실제로는 이 사람들이 지역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정한 지역의 서포터즈들은 아버지로부터, 그 아들에서, 또다시 그 아들에게로 대대손손 이어집니다.
제가 왜 스포츠에 열광하느냐고 물었더니 붉은 악마 중의 한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인생이 경기 아니냐? 삶의 경기를 축구장에서 우리는 보는 거다. 결국 삶이라고 하는 것은 승패를 놓고 보는 하나의 경기이고, 그 중에서 승자의 모습은 아름다운 것이다. 패자는 두 번 다시 쳐다볼 필요도 없다. 우리는 승자를 찬양하고 승자의 아름다움을 선망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축구라는 것이 마치 공을 하나 두고 양편에서 승부를 겨루는데, 그것은 어떻게 보면 예전의 원시시대에 양쪽 부족에 먹이감을 놓고 서로 겨루는 것과 똑같다. 단지 문명화된 세계에서 그 먹이감이 영토가 아니고, 짐승이 아니고, 귀금속이 아니고 단지 공으로 상징화되었을 뿐이다. 그들은 승부근성을 가지고 있고, 언제나 게임에서 이기려고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승부를 통해서 느끼는 긴장과 스릴을 기꺼이 받아들인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붉은 악마의 성향
주로 붉은 악마의 주류는 20대 남자, 대졸자고 미혼이고 회사원들이 주로 많습니다. 그리고 학생들도 많기 때문에 실질적 소득이 많지 않은 거죠. 그러나 미래 소득에 대한 예상치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중하류층이라고 대부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열성 멤버들 중에서도 여성들이 있지만 많지 않고 주로 20대 남자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들의 주요한 속성 중의 하나가 가족주의 의식이 매우 강하다는 것입니다. 붉은 악마의 이념정향을 보면 일반 네티즌들보다 집합주의 성향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그 조직에 대한 응집력과 충성심, 애착과 같은 것을 설명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주의를 자유주의적인 사고와 경쟁성의 두 가지 요인으로 봤는데 붉은 악마는 경쟁성에서 일반인들보다 더 높은 성향을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가족주의 의식이 그 무엇보다도 대단히 강합니다. 그래서 이런 붉은 악마들의 높은 가족주의 의식은 어떻게 보면 내적인 폐쇄성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나친 승계의식이 소속집단에 대한 배타주의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붉은 악마들이 남아 존중 사상이 높습니다. 성 평등 의식이 약해요. 그것도 역시 축구라고 하는 것은 힘의 경기고, 힘의 경기라는 것은 남자에게서 남자로 이어진다고 해서 딸에 대한 소중함 보다는 힘을 쓸 수 있고, 나와 똑같은 승부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아들이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런데, 준법의식에 있어서는 일반 네티즌들보다도 의식이 약합니다. 이것은 좀 걱정을 수반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승부의식이 강하고, 배타성이 강하면서, 준법의식이 강하지 않을 수가 있다는 것은 언젠가 하나의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예상할 수 없는 집단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물질주의 가치 정향도 높아요. 마찬가지로 개인주의 가치 정향도 높고, 가족주의 가치 정향도 높습니다. 이런 모든 가치가 동시에 붉은 악마 집단 속에서 동시에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붉은 악마뿐 아니라 한국의 젊은 세대의 의식 속에 양쪽의 상반된 의식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어요. 마찬가지로 국가의식이나 세계주의적인 의식, 권위주의적 의식이 높으면서 동시에 가족주의 의식이 높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붉은 악마 회원들이 상당히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거에요. 붉은 악마들은 일상생활에서나 직장생활에서나 자기에 대한 자신감이 강하고, 생활만족도가 높고, 직장에서의 만족도도 높습니다.

 

붉은 악마의 미래
마지막으로 제가 던지는 것은 붉은 악마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는 겁니다. 첫째는 훌리건화한다는 의견입니다. 축구자체가 전투성을 가지고 있고, 지는 것을 못 참고 승리해야 한다는 절대적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훌리건화할 것이다란 예측을 하기도 합니다. 정치집단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어요. 저는 이 가능성이 없지 않을까 하는 것을 늘 생각했습니다. 자기들도 그걸 부정하지 않아요. 그러나 어떤 연계가 있다는 인과적인 관계에 대해서는 저는 찾지 못했습니다. 본인들은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왜냐하면 축구에 대한 순수성을 가지고,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우려에 대해서는 그들은 자기들도 모르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승경 연구원 sklee@ipsc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