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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디자인산업연구회: 대한민국 디자인 스튜디오 경영 10년사
발간일 첨부파일

이나미 대표(스튜디오 바프)

 

디자인산업연구회는 2005년 10월 12일(수) 10월 정기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디자인 회사 ‘스튜디오 바프 (studio baf)’의 이나미 대표가 ‘디자인 스튜디오 경영 10년사의 경험담’에 대하여 강연을 해주었습니다.

 

‘바프’와 함께 북 프로듀서로 거듭나다
이나미 대표는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재학 시절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거듭한 끝에 미국의 디자인 명문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Art Center College of Design, Pasadena, Ca, U.S.A.)에서 1학년부터 다시 일러스트레이션을 과정을 밟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스승 마크 스트랜드로부터 ‘다만 흐르게 하라(Let if flow)’는 화두를 얻고 ‘마음을 움직이는 디자인’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 13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 여성월간지 <EVE>의 편집장 겸 아트디렉터로서 1년을 보내고, 1995년 1월 새로운 시대를 위한 디자이너의 새로운 포지션으로 자신을 ‘북 프로듀서’라고 포지셔닝한 후 스튜디오 바프를 설립하였습니다. 여기서 ‘북 프로듀서’란 책의 컨셉에서부터 제작에 이르는 북 프로듀싱의 전 과정을 관장하면서 책의 기획에 부합하는 일관성 있는 디렉션을 통해 글과 그림과 디자인을 아우르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경계를 넘어 도전하는 스튜디오 정신
바프란 ‘Beyond And Further’의 약자로 앞에 ‘Dreaming’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말 그대로 ‘경계를 넘어 무한히 꿈꾸며...’라는 이나미 대표의 작업에 대한 바람과 소신을 담고 있습니다. 이나미 대표가 스튜디오 바프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은 ‘책’을 주제 혹은 소재로 한 다양한 실험이었습니다. 책 디자인을 포함한 여러 가지 형태적인 실험은 물론 그 동안 간과되었던 책의 논리적, 감성적 맥락에서의 다양한 가능성들을 모두 들추어내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경계를 넘어선 전방위 디자인 작업
보통 ‘책’하면 ‘지식과 정보를 담은 직사각형의 종이 인쇄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나미 대표는 텍스트 중심의 획일적인 책에서 벗어나 보고 만지는 즐거움이 있는 책, 갖고 싶어서 기꺼이 구매하고 싶은 책을 만드는 북 프로듀서가 되고자 하였습니다. 그것이 첫 번째로 구체화된 것이 바로 선물용 책 <100과 사전> 시리즈였습니다. 1996년 당시 출판시장에서 선물용 책이라는 개념도 생소했지만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판형, 한 가지 주제에 대해 100가지 내용을 기승전결 없이 엮은 편집 방식, 텍스트와 비주얼의 조화 등의 파격적인 시도를 하였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언론과 대중들의 즐거운 반응을 얻었고, 이나미 대표는 제2, 제3의 실험을 위한 발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행위예술가 이윰의 <빨간 블라우스>라는 책은 제목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강렬한 빨간색의 벨벳 천과 리본이 책의 첫인상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책 안에는 손톱만한 창문이 달려 있고 그 창을 통해 보이는 세상이 온통 빨간색입니다. 이외에도 시발버스의 멀미나는 기억을 후각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질 낮은 검정고무판과 고무줄을 표지로 이용한 쌈지 아트북 6호 <Demonstration Bus>, 성냥갑만한 크기의 책에 실제 성냥이 들어 있는 <일곱 성냥개비의 꿈>, 실과 바늘 그리고 실패를 이용한 연하장 등도 ‘눈으로 읽는 것만이 책은 아니다. 코로 냄새 맡고, 손으로 감촉을 느끼는 행위, 시각만이 아닌 오감 모두를 자극하고 관계를 갖는 것이 책이다.’라고 생각하는 이나미 대표의 소신이 담긴 책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파격과 실험에만 치우치지는 않았습니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감각’을 추구하지만, ‘책이 가지고 있는 운명’에 충실하고자 하였습니다. 1997년 부산 국제영화제를 앞두고 맡았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사진집은 흑백사진을 사용하고 책 양면에 걸쳐 ‘나의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열 단어를 230포인트 크기로 배치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신명조체만 고집하였는데 이는 절박한 상황에서 그의 절규를 담아내기 위한 구상이었습니다. 한편 디지털 사진일기 <A moment of dreaming beyond and further>는 이나미 대표의 심미안과 육성이 담긴 개인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문학평론가 이남호의 <혼자만의 시간(마음산책, 2001)>을 읽고 이를 계기로 디지털 사진과 짧은 글이 어우러진 사진일기를 지인들에게 메일로 보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당당한 자기표현의 동기로 온라인에서 시작한 작업은 박스에 담겨 또 하나의 아트북으로 거듭나기도 하였습니다.

 

스튜디오 바프의 창립 10주년에 즈음하여
1995년 ‘경계를 넘어 무한히 꿈꾸며’라는 모토 아래 1인 체제로 출발했던 바프 스튜디오는 현재 9명의 디자이너를 갖춘 주식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자신의 디자인 중심에 책을 놓은 이나미 대표는 단순히 표지를 만드는 북디자이너가 아니라 북프로듀서를 지향해 왔습니다. 한 권의 책이 탄생하는데 필요한 모든 시각요소를 통합적으로 디자인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나미 대표는 마지막으로 “좋은 디자인이란 공기처럼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지 않으면서도 책을 살아 숨쉬게 하는 것이다.”라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이번 모임은 현직 디자이너로서의 경험, 열정과 비전, 구체적 작업을 통한 성공과 실패 사례 등 10년간 디자인 회사를 경영해 온 체험과 그의 작품에 대해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강민정 연구원 mjkang@ip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