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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지사항

제목 디자인산업연구회 5월 모임후기
등록일 2002-05-15 00:00:00 첨부파일
5월 8일(수) 저녁 7시, 서울클럽 해금강룸에서 디자인산업연구회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번 모임에는 광활한 사막 위에 펼쳐지는 지혜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직접 체험하고 돌아오신 월간<건축문화>의 최연숙 편집장님이 "파올로솔레리의 이상도시, 아코산티"란 주제로 강연을 맡아주셨습니다.

1970년부터 30년간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서 진행중인 아코산티 프로젝트가 대체 무엇인지, 또 그 프로젝트가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최 편집장님을 작년 2개월간 사막에서 지내게 했는지, 그 이야기들이 슬라이드 한 장 한 장을 통해 풀어져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코산티(Arcosant)는 생태건축의 세계적 선구자인 이탈리아 출신 미국 건축가 파올로 솔레리(Paolo Soleri, 81세)에 의해 제안된 이상적인 도시를 뜻합니다. 솔레리는 1960년대에 건축(Architecture)과 환경(Ecology)을 결합시킨 아콜로지(Arcology)라는 단어를 만들었으며, 이에 대한 실험으로 인공마을인 아코산티를 건설하여 다양한 생태건축 실험을 해오고 있습니다.

솔레리는 2000년도에 한국을 방문하여 “햇볕처럼 무한한 자원은 마음대로 쓰되, 유한한 자원은 되도록 쓰지 말자는 게 제 건축의 정신입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수평으로 확장된 도시를 지양하고 고밀도의 수직적 도시를 세우는 것이 그의 비전인데, 이는 자연에서 인공이 점유하는 면적을 최소화하여 사막의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수직적 도시구조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면적을 1/16로 줄이는 것을 가능케 합니다.

70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고밀도의 복합공간으로 제시된 아코산티는 아콜로지를 배우며 실천하고자하는 세계 각지에서 온 학생들의 손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60명 내외의 예술가들과 세계 각지의 학생들이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이 마을 건물들은 태양열 채광을 극대화하여 연료 사용과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고, 온실에서 채소를 경작하는 등 최대한 자급자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최 편집장님이 아코산티에서 제일 공감한 부분은 바로 '도시공동체의 실현'입니다. 아콜로지의 원형, 아코산티를 가능케 한 힘은 뛰어난 비전가인 솔레리의 개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아콜로지 실현을 위해 뜻을 같이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코산티에 정주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사막 한가운데에 자연으로 돌아가 살고 있는 그들은 돈과 명예를 쫓아 바쁘게 움직이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혹자는 그들을 낭만주의자 혹은 몽상가라고 칭합니다. 하지만, 최 편집장님은 그들이 사막과 같은 악조건에서 인간의 공동체를 통해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그 실험정신은 대단히 높이 살만 하다고 설명하였습니다.

편리와 소비로 길들여져 물질적 풍요와 쾌락을 쫓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아코산티는 자연과 후손을 생각하며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도전입니다. 대지와 공간의 유기적 연결을 통해 환경위기를 막고자 하는 아코산티를 보며 '디자인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좋은 자료를 함께 나눠주신 최연숙 편집장님과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진설명(위쪽부터):
1. 월간 "건축문화" 최연숙 편집장님
2. apse(교회 둥근 지붕이 있는 반원형으로 된 부분)에서 일하는 모습
3. 겔러리층에서 카페을 내려다 본 모습



김희정 hjkim1@ip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