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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1년 3호]경영자독서모임: 신뢰경영 리더십 인디아 타타그룹
발간일 2011-10-07 첨부파일 사진8.경영자독서모임.jpg

[경영자독서모임]


신뢰경영 리더십 인디아 타타그룹

김종식 (타타대우상용차 사장)

이 원고는 2011년 9월 5일 김종식 사장의 MBS 강의를 바탕으로 산업정책연구원(IPS)에서 작성하였습니다. 김종식 사장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교와 퍼듀대학교에서 각각 기계공학 전공의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09년 10월 타타대우상용차(주)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하면서 2010년 매경 이코노미스트가 꼽은 ‘한국의 경영대가 30인’에 선정된 바 있습니다.

들어가며

오늘 저는 지식을 나누기보다는 제가 경험한 타타라는 묘한 컬러를 가진 기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에 대해서 심플하지만 심플하지 않은 프로세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인간이 모두 얼굴이 다르듯 기업도 문화가 각자 다릅니다. 바로 이웃의 직원과도 가치관이 달라 갈등이 유발됩니다. 인도에 수많은 기업 중 하나인 타타를 두고 인도 대표 기업으로 소개하기는 어렵고 다만 타타가 가진 독특한 색깔을 어떻게 가지고 비즈니스로 140여 년을 존속했을까, 왜 자국민들과 글로벌 기업이 타타를 신뢰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왜 제가 책을 굳이 썼을까요? 타타대우는 2004년 대우 상용차 부문을 타타그룹이 인수해서 타타그룹이 100% 투자한, 타타대우 상용차, 즉 트럭을 만드는 주식회사입니다. 이렇게 법인을 만들었음에도 고객, 또 사회적 리더조차 타타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타타가 가요인 ‘타타타’나 ‘야타족’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부끄러운 책이지만 이런 동기로 쓰게 되었습니다.

인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류시화 시인의 기행 책에서 만난 인도는 거지도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어서 인도 출장 전에 꼭 그 책을 읽고 가면 인도에서 기분이 좋습니다. 참 글 쓰는 사람들의 능력은 탁월한 것 같습니다. 천당과 지옥을 바꿉니다. 그러나 저희는 비즈니스를 관리하는 사람들이니 인도에서 보는 것이 다를 것입니다. 관광객에게 인도의 한 스냅 사진을 보라고 하면 인도가 참 후진 나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경영자 입장에서는 인도의 미래를 봅니다.

타타에서 안전한 탈 거리를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하여 자동차 ‘나노’를 만들어냅니다. 타타그룹의 회장은 이 사진에서 인도의 비극과 불안, 국민의 안전에 대해 생각하고 기업인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영감을 얻은 것입니다. 저 같은 사람은 그 정도의 내공은 없으니 미래의 교육이라는 것이 이렇게 인도에서 끌어가겠구나, 마치 우리가 70년대에 그랬듯 말입니다. 그래서 인도는 어떤 것을 보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뿐, 틀리게 본다는 것은 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떤 시인은 멋진 시를 지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 왜 인도가 막강하고, 왜 우리는 인도를 공부해야 할까요? 인도는 영어 대국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약 5% 정도라고 합니다. 인도 영어는 정말 다양해서 깨끗한 영어도 있지만 최근 미국 기업에 근무하면서 인도 타타그룹의 임원 중 하나를 만나 대화를 하던 중 인도 영어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미국인인데 몇 퍼센트나 영어를 이해하냐고 했더니 저랑 비슷하게 70~80% 수준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제가 영어를 매우 잘하는 것입니다. 물론 깔끔한 British-English도 있지만 Indian-English, 매우 피곤합니다. 20~30%를 못 알아듣는데 알아듣는 척하는 것 매우 힘듭니다. 게다가 상대가 타타그룹의 senior인 경우 더 힘듭니다. 그런데 통계적으로 인도인의 5%가 영어를 하고 나머지 95%는 영어를 하지 못합니다. 인도는 말할 필요도 없이 거대한 시장이며 젊은 시장입니다. 또한 다양한 시장이며 높은 교육열을 가지고 있습니다. 풍부한 자원과 아시아-유럽의 가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도를 단순히 알아서는 안 됩니다. 심도 있게 알아야 합니다. 인도를 모르면 단순히 무식한 정도를 넘어서 세계화의 큰 흐름을 놓치는 것이라고 감히 말씀 드립니다.

정치적 수도는 북쪽의 델리입니다. 상업의 수도는 뭄바이라고 합니다. 한국에도 진출한 마힌드라 마힌드도 뭄바이에 헤드쿼터가 있고 타타그룹도 뭄바이타워라는 유서 깊은 건물에 그룹 회장단과 시니어 멤버가 대거 있습니다. IT의 본산이 바로 하이데라바드이며, 현대 자동차가 둥지를 튼 첸나이가 있고, 동부에는 큰 캘커타가 있습니다. 인도는 잘 사는 지역과 못 사는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상세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인도는 대한민국보다 33배 정도 크다고 합니다. 중국이 조금 더 인구가 많은 것 같아도 인도는 산아제한을 하지 않아 곧 16억 명이 된다고 합니다. 16억의 인도를 47,000명의 한국이 우습게 보는 경우가 많은데 우습게 보기에는 너무 큽니다. 우리가 인도를 가난, 빈곤, 질병과 이머징 국가로 보는 시각이 너무 강하지 않은가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타타대우 그룹에 일하는 종업원 평균 나이가 37세입니다. 그런데 인도는 27세가 평균입니다. 젊은 사람 우습게 보다가 큰 코 다칩니다. 그래서 과거에 인도는 매우 느렸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젊은이들이 더 순발력 있고 다이나믹해서 과거의 눈으로 인도를 보는 것은 잘못된 논리이고 어리석을 수 있습니다.

또한 품질의 신뢰에 대해서는 아직 한국 시각에서는 낮은 것이 사실이고 또 이것이 기회입니다. 인도 근로자는 급료가 높은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급료가 높아져서 이직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춘제 때 2주 정도 휴가를 다녀오면 심한 경우 30%가 집에 갔다가 그냥 통보도 없이 안 온다고 합니다. 공장을 돌리려고 보니 100명 중 30명이 안 와 있더라 하는 놀라운 통계가 있습니다. 특히 상해 쪽이 심하다고 합니다. 워낙 갈 곳이 많으니까요. 인도도 근로자 중 똑똑한 사람은 잘 도망가기 때문에 신뢰로 묶지 않으면 돈으로 때우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신뢰경영이 개념적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현하자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묶음의 개념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90년대에는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위주로 진출하여 대인도 투자국 6위로 랭크가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점점 순위가 떨어져 20위 아래로 떨어집니다. 대신 미국이나 싱가폴 투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은 주로 자동차, 솔직히 현대가 가니까 업체들이 따라갑니다. LG의 경우 제조업이 아니다 보니 부품 업체가 따라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속한 제조업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IT보다 훨씬 큽니다.

인도의 다양성에 대해 말씀 드리려면 인도 주종인 힌두교에 대해 먼저 말씀 드려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시바 신은 파괴 신이라고 하는데 힌두교에서 말하는 신이 얼마나 될까요? 제가 인도에서 최고 교육을 받은 사람 두 명에게 질문해 봤더니 한 사람은 3,300만 명, 다른 사람은 3억 3,000명이라고 해서 알겠다, 논문 쓸 것도 아니니 충분히 많다고 이해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정확한 숫자를 아무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예를 들어 사업을 새로 시작해서 우리가 돼지 머리를 놓듯이 인도도 의식이 강합니다.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봤더니 우리의 목사 같은 힌두교 관계자가 와서 주문을 외우고 축복을 하는 등 복잡합니다. 그런데 바라는 것마다 신이 따로 있다고 합니다. 사업할 때 모시는 신, 젊은 여자가 배우자를 고를 때 신이 다르다고 합니다. 이것이 궤변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듣기 시작하면 이상합니다. 우리는 모 아니면 도, 종교도 모두 하늘로 귀결되는데 이 사람들은 코끼리 신, 춤추는 신, 벌거벗은 신들이 있고 상황에 맞는 신들을 편리하게 끌어다 쓰는 것입니다. 그러니 신이 3억 3,000만 명이라는 말도 맞습니다. 12억 인구의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니 충분히 많아야 합니다. 모노 컬쳐, 싱글 커쳐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미 여기부터 간극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러니 대기업을 등에 업고 가도 인도에서 성공하기가 녹록하지는 않습니다.

인도는 복잡한 나라로 인도의 공식 언어는 18개이고 화폐는 15개입니다. 영어를 뺀 숫자이니 참 복잡한 국가라서 국민들의 머리가 발달한 것도 이해가 됩니다.

라탄 타타 그룹 회장은 2010년 스와치라는 일종의 한국으로 치면 웅진코웨이 정수기 같은 제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힌두어로 쥬가드라고 하는 인도베이션, 인도 사람들이 터프한 환경에서 좋은 머리로 새로운 아이디어 상품을 내고 있습니다. 인도와 혁신을 연결한 데서 인도베이션이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은과 쌀겨로 만든 정수기가 25,000원이라고 합니다. 한 달 임대료가 아니라 한 대에 25,000원만 주고 사면 인도 물 걱정 없이 깨끗한 물을 쓸 수 있다는 극빈층을 겨냥한 사업 모델입니다. 사실 기술은 요새 돈만 있으면 살 수 있고 원자폭탄도 인터넷만 검색하면 만들어 내는 세상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무엇이든 투명해져서 사실 기술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값 싸게 만드는 기술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인도가 다시 우리가 공부해야 될 대상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타타’그룹 소개…

타타 그룹의 기업 정신은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인도가 독립된 것이 대한민국과 다르지 않습니다. 유관순 열사의 만세 운동이 1919년이며 국권 박탈이 1910년입니다. 당시 인도라고 하면 소위 후진 나라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타타그룹은 8시간 노동제를 1912년에 도입합니다. 참고로 복지국가 영국이 1914년에 하루 12시간 노동제를 입법화합니다. 그 식민지였던 인도의 한 기업이 무엇 때문에 8시간 노동제를 실시했을까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리고 임신 휴가제가 1928년 도입됩니다. 까마득한 시기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지금도 여성 직원을 기피하는 CEO를 압니다. 결혼까지 알겠는데 임신하고 나면 1년 노니 회사 경영 어찌 하냐며 기피하는 분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인도 타타그룹은 임신 휴가를 1928년 도입했다니 독특한, 어찌 보면 당시 이상한 것입니다. 도대체 타타라는 회사는 무엇일까요? 한 문장으로 ‘약속은 약속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라탄 타타 그룹 회장이 74세인데 이제 은퇴를 할 시기이지만 결혼을 하지 않았습니다. 계속 후계자를 탐색 중인데 아직 못 찾았습니다. 회장은 5대째 후손이면서도 후계자가 타타 가족일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창립자가 잠세지 타타로 이란에서 내려온 배화교 가문입니다. 그런데 배화교도일 필요도 없다고 합니다. 참고로 인도에서 배화교는 뭄바이 지역에 많이 정착을 합니다. 특징으로는 죽고 나면 시체를 단 위에 올려놓아서 새들이 와서 쪼아 먹을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불을 숭상하는 종교로 매우 독특하면서 종교적 색채 때문인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합니다. 기업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네가 속한 커뮤니티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종교적 배경이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도 수출품 1호이자 최고 명품 수출품이 포츈 잡지에 실린 바로는 global CEO라고 합니다. 이미 미국에 CFO는 인도인이 점거해서 대부분 큰 회사, 특히 뉴욕, 그 중에서도 금융 회사 대부분의 CFO가 인도인입니다. 펩시콜라, City Bank 등이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포츈지에 실리는 CEO가 있나요? 심지어 미국 대학을 나오지 않고 인도 대학만 나와도 CEO 제안을 받습니다. 영어 잘 하죠, 머리 좋죠, 게다가 엘리트 계층은 영국 교육을 받아 인도 사람이 아니라 서양 사람입니다. KAIST 경영대학원장이 인도 사람입니다. 한국에서 글로벌 인재를 찾으면 가장 많이 지원하는 사람이 인도 사람입니다. 아마 앞으로 실력 있는 인도 사람들을 한국에서 많이 보게 될 것입니다.

‘타타’그룹의 ‘나노’ 탄생 배경…

타타 나노라는 차는 라탄 타타 회장이 컴컴하고 험한 길을 어린 아이까지 싣고 달리는 것을 보고 첫째로 안전한 차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둘째로 돈을 벌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는 추후 말씀 드리겠습니다. 결국 25,000달러짜리 차를 만드는데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차에 관심이 많다 보니 타타 그룹의 회장이면서 계열사인 타타 자동차의 회장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2003년 타타 회장이 제네바 모터쇼에 가서 인터뷰를 합니다. 타타 자동차에서 생각하는 미래의 차는 전기차냐 하이브리드냐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그러자 그는 인도 국민차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당연히 가격을 얼마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이 돌아옵니다. 그러자 라탄 타타 회장이 나중에 한 말이 사실 가격까지 생각을 못 했는데 기자가 집요하게 묻다 보니 하는 수 없이 순간적으로 10만 루피, 즉 25,000 달러, 250만 원이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그 다음 날 파이셜타임즈의 지면에 대문짝만하게 ‘타타 국민 차 개발, 가격은 10만 루피 달러로 25,000’이라고 대문짝만 하게 기사가 뜬 것입니다. 나중에 회장 그 기사를 보고는 신문을 입에 구겨 넣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회장이 임원단과 상의도 안 하고 깊은 생각도 없이 엉겁결에 터뜨려 버린 셈입니다. 이렇게 솔직한 면이 있으며 이것이 바로 신뢰의 기본입니다. 이제 와서 신문을 수거할 수도 없으니 진짜로 만들겠다고 하여 5년 개발하여 2008년 출시합니다. 그런데 자동차를 만들어 보면 사이즈가 준다고 해서 값이 내려가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군산 공장에 샘플이 있는데 있을 게 다 있어서 바퀴 4개에 해치백에 문도 4개입니다. 한국에서 만들면 도저히 그 가격에 안 나옵니다. 대표적인 경차 마티즈 보다 실내가 조금 더 넓어서 5인용입니다.

기업 수명이 짧아지면서 신뢰를 얻는 것이 더 어려워지는 등 도전 과제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나노와 타타 자동차의 스토리는 참 드라마틱합니다. 2003년 준비 안 된 회장이 집요한 질문 공세를 받다가 10만 루피 차를 만들게 된 것까지는 어떻게든 이해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차가 작다고 공장도 작지는 않습니다. 3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해서 싱그루라는 웨스트 벵갈 지역을 선택합니다. 지도를 보면 역삼각으로 델리와 뭄바이가 있습니다. 왜 그 지역을 선택했을까요? 사실 그 지역은 인도에서도 제일 낙후된 지역입니다. 많은 임원들이 반대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입니다. 그래서 사실 뭄바이에서 멀지 않아 인프라가 비교적 갖춰진 지역에 하자고 했지만 라탄 회장은 3억 5천만 달러에 국민 자동차는 그 지역의 고용효과 증진과 경제가치 창출 면에서 꼭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책임 있는 기업가라면 그 지역에 만들어야지 이미 인프라가 있는 곳에 짓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결국 그룹 총수의 결정으로 싱그루라는 곳에 공장을 지었습니다. 그래서 싱그루에 공장이 실제 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닥친 문제가 공장을 짓는데 수 백 에이커가 필요합니다. 부지가 커야 하는데 수백만 평을 확보해야 하는데 일부 농민들이 이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단의 정치 세력이 부추깁니다. 부추긴 당수가 지금 이름 있는 현역 국회의원입니다. 현수막을 걸고 화형식을 치르면서 공장 앞에서 시위를 합니다. 그래도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좋은 점이자 나쁜 점이지만 이런 시위를 그만두게 하지 못합니다. 결국은 농민들의 토지보상 문제 때문에 드디어 결정을 내려서 3억 5천만 달러짜리 공장을 해체하여 사만트라라는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여기서 화두를 던져 봅니다. 그럼 아무리 큰 그룹이라도 3억 5천만 달러짜리 공장을 지어 놓고 이런 사태가 되면 그만두자고 하지 않을까요?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그만두면 될 것 같은데 이런 결정을 내립니다. 3억 5천 만 달러 공장을 뜯어 2,500km 거리의 열악한 도로에 시속 40km로 트럭 3,000대에 나눠 싣고 이동시켰다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참 황당한 사건입니다. 고개를 저을 정도입니다. 무엇 때문에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일까요? 개인이 이사를 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정교한 머신을 일일이 포장해서 트럭에 얹어 2,500km를 덜렁덜렁 달려서 내려서 조립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안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조언을 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했다고 합니다. 결국 이사한 곳에서 2009년부터 나노가 양산되기 시작합니다. 왜 이 정도로 했냐고 했더니 그룹 총수의 첫 마디가 ‘약속은 약속이니까.’입니다. ‘promise is promise’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저를 포함해 누구든 무엇이 약속이고 무엇이 신뢰이며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회 지도층이란 무엇인지 되새겨 보는 큰 계기가 됩니다. 저도 실수를 많이 하고 약속을 못 지키는 사람이지만 이런 사람이 거인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뭄바이 호텔 테러 사건

한 가지 에피소드를 더 소개해 드립니다. 1904년에 지어진 팬시한 뭄바이 타지마할 호텔에 타타그룹의 호텔 비즈니스가 있습니다. 일반인도 투숙이 가능하지만 가장 저렴한 방이 500달러입니다. 스위트룸이 2,000~3,000달러 정도 하니 인도 수준으로 무척 비쌉니다. 그런데 2008년 일단의 정치적 테러리스트가 36시간을 점거하였습니다. 유니레버나 P&G 임원진이 회의를 하고 있었고 한편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습니다. 그 때 170명이 죽었고 300여 명이 다쳤습니다. 오너인 라탄 타타의 호텔인데 유서 깊은 호텔이 망가진 것은 두 번째이고 사람이 너무 많이 죽었습니다. 당시 1급 지배인이 있었는데 총 지배인이 되면 좋은 점이 부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스위트룸에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가족이 다 죽었습니다. 그런데도 자리를 뜨지 않고 사장으로서 지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엄청난 비극이고 황당한 사건에 오너가 현장에 도착했는데 총지배인이 도망가지도 않고 직원들을 지휘하여 투숙객들에게 식사를 서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치 타이타닉 영화에서 배가 침몰하기 전 샴페인을 따는 것처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때 손님 한 분이 죽기 전에 샴페인을 마시고 싶다고 오더를 하자 웨이터가 샴페인을 가져 왔지만, 아수라장인 곳에서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물 마시는 잔에 샴페인을 따르려 했습니다. 그랬더니 타지마할에서는 물 마시는 잔에 샴페인을 마시는 법이 없다고 하며 웨이터가 기다리시라 하더니 얼른 주방에 가서 샴페인 글라스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그룹 회장이 가서 이 와중에 왜 도망을 안 가고 서빙을 하고 있느냐, 그 힘이 뭐냐고 했습니다. 결론은 신뢰, trust입니다. 결국 회장은 그들의 가족 의료와 교육, 서비스를 모두 책임져 줬다고 합니다. 가장 인상적으로 자녀 교육을 평생 책임지는데 굳이 ‘전 세계 어느 곳에서 교육을 받든’이라고 적어 놨습니다. 인도에서 교육 받는 것과 미국 하버드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교육비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고 박사까지 치르고 나면 큰돈입니다. 은퇴할 때까지 평생 급료를 주는 정도면 보상이 될 것 같은데 굳이 이렇게 전 세계, 어느 곳이라고 명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후에 직원들은 그 자리에 묶여 버려서 이후에 비슷한 테러 사태가 벌어져도 호텔 투숙객을 위해 목숨의 위협을 받아도 끝까지 서비스하겠다는 사명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아무리 컨설팅 업체를 불러다 주인 의식을 가지자고 부르짖어도 힘든 일입니다. 소위 내공 있는 액션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무리

4대 회장이던 제알디 타타는 많이 회자되는 인물입니다. 사람에게 받은 것은 몇 배로 불려 그 사람에게 돌려주어라 라고 했습니다. 물론 타타도 이익을 내라는 압력이 많습니다. 그러면 이익을 내서 뭘 할까요? 결국은 고객이든 협력업체이든 그 사람들에게 돌려주라는 것이 회사 최고의 가치입니다. 이것이 기업의 생명력입니다. 또한 사업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제 이야기는 다 끝났습니다. 장시간 경청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기업 수명은 점점 짧아집니다. 기업이란 도대체 무엇을 하는 집단이며, 성공하고 돈 많은 사람이 많지만 한국에 신뢰가 존재할까? 무엇으로 신뢰를 이끌어 나갈 것인가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타타 그룹의 나노 자동차 양산 결정이나 뭄바이 타지마할 호텔의 사례가 극단적이고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 때 회사의 가치와 컬러가 본성인 마냥 표출됩니다. 이것을 통해서 분명한 메시지가 온다는 것입니다. 약속은 약속이기 때문에 고객과의 약속, 직원과의 약속, 지역사회에 대한 약속을 무겁게 생각하고 기업의 이윤까지 뒤로하는 것을 보면 정말 인도는 뒤떨어진 나라일까 생각하게 합니다. 이로써 오늘 저의 타타그룹의 신뢰경영에 대해 아는 바를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서희영 연구원(hyseo@ips.or.kr)